▲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장애인의 날? 아니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장애인차별금지와 관련된 시위나 기자회견 등에 취재를 가면 항상 카랑카랑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바로 장애인차별금지운동을 한 지 17년째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의 목소리다. 그는 이번 장애인의 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박김 사무국장은 먼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4년에 대해 말을 꺼냈다. 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통해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세워지고 저상버스가 다니는 등 차별이 점점 개선되고 있다”며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 차별당하고 있다는 현실을 사회가 인정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김 사무국장에 따르면 장애인을 폭행하고 욕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배제·소외시키는 것도 차별이라는 인식을 비장애인들이 알게 되는 성과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이전에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만들어 준다’라는 개념이 자리 잡았었으나 이제는 정부나 지자체 건물에 장애인 편의 시설을 만들지 않는 것은 불법 행위가 됐다.

박김 사무국장은 “이러한 인식이 바뀌게 되는 것은 장애인들의 사회적 활동에 상당히 중요하다”며 “어쩔 수 없다며 자신을 포기했던 장애인들도 이동 시설이 개선되고, 차별 금지 운동을 보게 되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왜 포기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차별금지운동은 결국 장애인·비장애인 할 것 없이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박김 사무국장은 “2002년 이동권을 놓고 같이 투쟁하던 비장애인 한 분을 최근에 만났다”며 “그분이 ‘그 당시에는 장애인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아이를 낳고 유모차를 끌며 지하철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나를 보니 결국 나 자신을 위해 투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씀하셔서 참 기뻤다”고 말했다. 저상버스 또한 외국에서는 장애인뿐 아니라 노약자, 임신부 등이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가 있음에도 박김 사무국장은 몇 십 년째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할 일이 많이 남았다”라며 “많은 것들이 변화되고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있는 한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은 계속된다. 이전까지는 이날에 장애인을 위로했다면 이제부터는 장애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는 날로 기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끝에 장애인 운동권 지도자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항상 쾌활한 성격과는 달리 뜻밖에 “힘들다. 도와달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렇게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후배들은 나를 ‘다 알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나도 모르는 것이 많고, 경찰과 싸울 때도 두렵습니다. 그러나 내가 하지 않으면 할 사람이 없을 것 같고 이대로 지나칠 것 같아 끝낼 수도 없습니다. 비장애인 중에는 우리가 매일같이 무언가를 ‘요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전 상황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에 아주 기본적인 것을 요구한다는 건 우리의 말을 조금만 들어보면 알 수 있죠. 여러분이 우리의 의견을 들어줄 때 장애인의 인권, 더 나아가 우리 모두의 인권이 조금 더 향상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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