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에서 가져온 통 향나무를 깎아 만든 와불상은 세계 최대의 목불상으로 영국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영어 “와우(wow)”를 연상케 하는 범상치 않은 이름, 와우정사. 산(山) 모양이 소가 누워 있는(臥牛)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름만큼이나 이색적인 불상들이 만들어내는 사찰의 풍경은 신선하다. 전통사찰이 교과서라면 와우정사는 별책부록 느낌이랄까.

고찰(古刹)들이 주는 고즈넉함이나 오랜 세월의 깊이는 대신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볼거리들을 선사한다.

팔베개를 한 채 누워 있는 불상에서부터, 8m에 이르는 불두(佛頭), 골똘히 생각에 잠긴 불상,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불상에 이르기까지 흔치 않은 불상들이 가득한 데다 그 수도 매우 많다.

한마디로 야외 ‘불상 박물관’인 셈이다.

▲ 높이가 무려 8m에 이르는 불두는 멀리서도 눈에 띈다. 향후 100여m에 달하는 불신(佛身)도 조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와우정사 대웅보전에 모셔져 있는 불상들 ⓒ천지일보(뉴스천지)

▲ 표정, 손짓, 옷차림이 모두 다른 오백나한상은 와우정사의 또 다른 볼거리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표정, 손짓, 옷차림이 모두 다른 오백나한상은 와우정사의 또 다른 볼거리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야외 ‘불상 박물관’
사찰 안으로 들어서기 전, 먼발치에서부터 거대한 불두(佛頭)가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가보니 돌을 쌓아 만든 어깨 부분이 있고, 그 위에 금빛 불두가 올려져 있다.

불두의 높이는 무려 8m에 이르며, 향후 100여m에 달하는 불신(佛身)도 조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검은색 곱슬머리와 얼굴만한 커다란 귀가 보는 이를 압도하고, 감은 듯한 눈 사이로 눈동자도 보인다.

불두 옆에는 세계 각국의 불상을 모아 놓은 불상 전시관이 있다. 인도, 태국, 스리랑카 등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기증받은 불상들을 한데 모았다. 지금까지 만나본 우리나라 불상들과는 다른, 낯설고 신기한 불상들을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다.

▲ 태국에서 보내온 이 불상은 우리나라 불상들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박물관을 나서 와우정사의 명물, 와불상을 만나러 발걸음을 옮긴다. 와불상이 모셔져 있는 곳은 ‘열반전’으로, 불가에서 말하는 ‘해탈’을 함으로써 번뇌를 소멸한 상태인 부처를 나타낸다.

높이 3m, 길이 12m에 이르는 이 불상은 영국기네스북에 ‘세계 최대의 목불상’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져온 통 향나무를 깎아 만들었는데, 끊어진 부분 없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연잎을 베고 팔베개를 한 채 잠들어 있는 불상을 보고 있노라면 편안함이 느껴진다.

▲ 청동으로 된 반가사유상 가운데 세계 최대 크기인 이 불상은 반가부좌를 하고선 살짝 미소를 지은 채 사색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번엔 생각에 잠긴 부처를 형상화한 ‘청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만나볼 차례.

머리에 화려한 관을 쓰고 반가부좌를 하고선 살짝 미소를 지은 채 사색에 잠겨 있다. 부처는 어떤 생각을 저리 골똘히 하고 있을까. 이 불상 또한 청동으로 된 반가사유상 가운데 세계 최대 크기라고 한다.

바다를 건너온 불상도 있다.

태국 국왕이 우리나라에 기증한 금동불상으로 6.25전쟁 당시 태국인 전사자 133명의 극락왕생을 빌고,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 불상과의 모습과는 달리 머리 위에 독특한 장식이 올라가 있고, 얼굴 모양이나 표정도 좀더 생동감 있고, 손가락도 매우 길다.

이 불상으로 오르는 길에 놓여 있는 계단에는 보통 우리나라에는 ‘해태상’ 등이 놓여 있는 것과 달리 코끼리상이 올라가 있는 점도 독특하다. 이 불상 뒤편으로는 뼈만 앙상한 석가모니불 고행상이 모셔져 있다.

◆통일 향한 간절한 염원
와우정사는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뜻에서 실향민인 김해근 삼장법사가 1970년에 창건한 사찰이다. 신라인들이 황룡사를 창건하며 불심으로 삼국통일을 염원한 것처럼 그때의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날 통일을 재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때문에 사찰에는 남북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여러 조형물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조형물이 ‘통일의 종’이다. 대웅보전 옆에 위치해 있는 통일의 종은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졌으며, 88올림픽 개회식 당시 타종되기도 했다.

금빛으로 뒤덮여 화려함을 자랑하는 종은 세월이 흐르면서 부분적으로 낡았지만, 종 위에 ‘통일의 종’이라고 새겨진 글자만큼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 남북 통일을 기원하는 도량으로서 대웅보전 옆에 통일의 종이 있다. 도금돼 있으며 88올림픽 개회식 당시 타종됐던 종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세계 각지에서 남북통일과 평화의 뜻을 담아 보내온 돌들을 쌓아 만든 탑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세계 불교도들이 각국에서 가져온 돌들을 모아 만든 ‘통일의 탑’도 있다. 돌을 깎아 만든 보통의 석탑과 달리 돌 하나하나를 쌓아 만든 탑에선 정성과 염원이 느껴진다.

나이도, 국적도 다르지만, 남북통일과 세계평화라는 같은 뜻을 모아 쌓은 탑에는 많은 이들의 염원이 서려 있다. 그리고 그 염원은 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아 있다.

이 외에도 표정, 손짓, 옷차림 등이 모두 다른 ‘오백나한상’이나 수백, 수천 개의 돌들을 쌓아 만든 원뿔형의 돌탑들도 와우정사의 매력을 뽐낸다.

이처럼 이색적인 볼거리가 가득한 와우정사는 주변경관도 뛰어나 나들이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또한 세계 여러 나라의 불교단체들과 교류가 잦아 외국인관광객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 와우정사는 세계 여러 불교단체들과 교류하고 있어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다양한 나라의 언어가 쓰여 있는 기와들. ⓒ천지일보(뉴스천지)
▲ 열반전에 오르는 길. ⓒ천지일보(뉴스천지)
▲ 부처의 일대기가 그려진 벽화.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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