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한 장면(왼쪽 위)과 이 영화의 원작인 만화가 강풀의 웹툰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한 장면(오른쪽 위), 영화 ‘이끼’의 한 장면(왼쪽 아래)과 이 영화의 원작인 만화가 윤태호의 웹툰 ‘이끼’의 한 장면(오른쪽 아래). (사진제공: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상자료원 ‘만화, 영화를 만나다’ 마련
외인구단·이끼·타짜 등 17편 무료 상영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작가 개인의 개성이 녹아있는 만화.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 작품을 원작으로 한 한국영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병훈)이 만화를 원작으로 한 1980~2000년대 한국영화 17편을 상영하는 기획전 ‘만화, 영화를 만나다’를 개최한다.

우리나라에서 만화는 점차 독특한 그림체로 발전하며 고정 팬들을 확보해나갔다. 또 만화 원작들은 재구성․각색돼 영화로 재탄생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 한국영화와 만화의 궁합이 처음부터 좋은 편은 아니었다. 1986년 이현세의 인기만화를 영화화한 이장호 감독의 ‘이장호의 외인구단’이 당시 2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만화의 영화화 붐을 일으켰지만 연이어 제작된 박봉성 원작의 ‘신의 아들’, 허영만 원작의 ‘카멜레온의 시’, 이현세 원작의 ‘지옥의 링’ 등은 모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또 김혜린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비천무’는 중국 현지 촬영과 더불어 홍콩 무술진이 직접 참여하는 등 4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이면서 숱한 화제 속에 제작됐지만, 빈약한 내러티브와 어색한 연기 등으로 인해 원작을 망쳤다는 원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는 만화의 평면적이고 분절적인 이미지에 움직임을 부여한다고 해도, 상상 속에 존재하던 만화적 세계가 살아 움직일 때 발생하는 괴리감 때문에 영화로 각색됐을 때 원작에서 전달되는 맛이 제대로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영화와 만화의 만남이 언제나 엇박자였던 것만은 아니다. 허영만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정우성이라는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와 세련된 카메라 워크를 동원해 ‘희망 없는 청춘의 초상’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비트’나 일본 원작만화에서 설정만을 가져와 영화적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 도박만화의 일가를 다뤘던 허영만과 김세영의 동명원작과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으로 이미 범죄 영화의 모든 것에 능통한 ‘꾼’의 기질을 여실히 보여줬던 최동훈 감독의 ‘타짜’ 등은 만화와 영화의 차이와 개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냈다.

이러한 기분 좋은 만남(만화와 영화)들은 강풀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 윤태호 원작의 ‘이끼’ 등 웹툰만화의 영화화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영화와 만화의 조우는 세계영화계의 주된 흐름 중 하나다. 한국영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속속 영화화되며 관객들과의 새로운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오는 5월 3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단지에 위치한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리는 이번 기획전에서는 ‘이장호의 외인구단’부터 윤태호 작가의 동명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강우석 감독의 ‘이끼(2010)’까지 총 17편의 만화 원작 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

한편 한국영화박물관에서는 오는 20일부터 영화화된 원작만화를 전시하는 특별기획전 ‘행복한 상상-만화, 영화로 보다’를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타짜’ 등 영화로 만들어진 만화 원작 50여 점이 전시되며, 평소에 볼 수 없었던 희귀 단행본 만화를 포함해 300여 권의 만화책을 직접 볼 수 있는 만화방 체험공간도 꾸며진다. 영화박물관 만화 특별전시 기획전은 10월 1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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