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봉사자들과 3공수여단 장병들이 지난해 10월 16일 비호아파트 환경개선을 위한 담장벽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3공수여단 제공)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양철호 여단장 취임 이후 3공수여단은 ‘시민에게 다가가는 부대’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그 일환으로 민관군이 협동으로 담벼락에 멋진 그림을 그려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담벼락은 남한산성을 올라가는 길에 있는데, 군에 따로 예산이 없어서 하남시의 도움으로 그림을 그렸다. 청소나 간식 제공은 부대에서 맡고, 하남시는 그림을 그릴 전문 인력을 고용했다. 말하자면 군관의 합작품이다. 호응은 대단했다. “이제야 군이 제대로 군대다운 일을 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양 여단장은 “주민이 그간 공수여단의 외양만 보고 거부감을 느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런 부분을 개선하고 친화력 있는 군의 이미지를 홍보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주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부대는 있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군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는 것이 전투력과 직접 연관이 된다는 풀이였다. 이런 맥락에서 국군의 날 행사에 특공무술 시범을 보이는가 하면 실제 사열 시 보안에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주민·학생·군인가족을 초청하기도 했다. ‘군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홍보하는 게 목적이었다.

지난해 우면산 사태 때에는 현장에 장병을 보내 수재민을 돕기도 했다. 당시 투입된 12대대 8중대 전일배 하사는 “자연 재해로 집안이 무너지고, 그런 것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우리 집이라고 생각하면서 쓰레기를 치웠는데, 나중에 보니 수거한 게 학교운동장에 산더미 같이 쌓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솔직히 그런 일은 처음 해봤다. 그렇게 해보니까 내 몸이 더러워지고 힘들어졌지만 국민은 나로 인해 더 좋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여단은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도 주민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했다. 주민의 도움을 얻어내기 위해서 사전에 예고를 했고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중에 협조를 부탁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입간판을 만들어서 등산로 입구에 세웠다. 이 기간에 빵이나 음료수 떡볶이를 만들어서 부대원들에게 제공해준 주민도 있었다.

한편 여단은 병영생활 문화 부분에 있어서도 ‘혁신’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다양한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이 역시 전투력과 관련이 있다. 공수부대는 팀 단위로 작전을 수행하기 때문에 팀원 간의 불화는 작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에서 보면 팀워크를 다지는 게 작전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여단은 장병들이 휴가를 갈 때 하루를 더 줬다. 하루정도는 중대 단위로 똘똘 뭉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 시간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어떤 팀은 봉사활동을 가고 또 어떤 팀은 시골서 농사를 돕기도 했다. 특히 경기도 광주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 가서 봉사활동을 한 팀도 있었다.

“자신보다 불우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을 보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고 동시에 인성교육도 된다”는 게 양 여단장의 평가다.

이와 함께 부사관 숙소(BEQ)의 환경도 개선했다. 이전에는 선후임이 한 방에서 같이 자도록 돼 있어서 아무래도 트러블이 많았다. 이에 퇴근 후에라도 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을 주기 위해 동기끼리 같은 방을 쓸 수 있도록 했다. 12대대 8중대 방진우 하사는 “선임과 후임이 같이 생활하면 후임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사실 선임들도 어떻게 보면 불편한데 동기끼리 쓸 수 있도록 바뀌면서 힘든 부분도 공유하고 속에 담아둔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여단은 토요일과 일요일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여가지도’를 제작·보급하기도 했다. ‘여가지도’에는 놀이문화 공간, 공연문화 공간, 자전거 여행지, 등산 지역 등이 세밀하게 표시돼 있다. 이 역시 양 여단장의 아이디어였다.

양 여단장은 “병영문화를 바꾸는 것도 장병들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은 임무를 잘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무엇을 해도 전투력을 위해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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