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매년 따뜻한 봄날이 돌아오면 프로야구 팬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야구장으로 향한다. 1982년 프로출범 후 낯익은 봄철의 풍경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팬들은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활기에 넘친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즐거움과 행복감을 만끽한다. 풍성한 볼거리가 많아진 올 프로야구는 더욱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개막전이 열린 4개 구장 모두 매진을 기록한 것도 관중들의 높아진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월드시리즈 우승 경력이 있는 ‘핵잠수함’ 김병현(넥센), 동양인 메이저리그 최다승(124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한화)가 첫 선을 보이고, 일본에서 활약했던 ‘라이언 킹’ 이승엽(삼성)과 ‘15억 원의 사나이’ 김태균(한화)이 복귀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줄 것은 홈런타자들의 공방전일 듯하다. 이승엽과 김태균의 홈런포는 올 시즌을 달굴 최고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벚꽃이 활짝 만개한 따뜻한 봄날인 15일 대구구장서 9년 만에 홈런아치를 그려냈다. 넥센전에서 3-7로 뒤지던 6회말 1사 1루에서 넥센 좌완 오재영의 140㎞ 가운데 낮은 직구를 통타, 비거리 110m 짜리 2점 홈런을 터뜨렸다. 개막 후 7경기 만에 터진 복귀포였다. 지난해 말 9년 만에 삼성에 복귀한 이승엽은 이날 1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2볼넷 2득점을 기록, 삼성 타선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으나 팀이 연장 승부 끝에 7-10으로 패해 빛이 약간 바랬다.

김태균은 5할에 육박하는 타율(0.462)로 변함없는 선구안과 타력을 보여주지만 아직 홈런은 나오지 않고 있다. 팀의 4번타자로 발목 통증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안타를 터뜨리고 있으나 임팩트 순간에 타구에 힘을 싣지 못한 탓인 듯 홈런포가 터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태균의 홈런포 불발로 한화는 시즌 초반 레이스에서 최하위로 떨어졌다.

이승엽과 김태균의 홈런스윙은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승엽은 일본 진출 전과는 달리 컨팩트한 스윙을 구사하고 있다. 발꿈치를 몸통에 바짝 붙이고 스윙 시 앞다리를 이용, 무게 중심을 뒤에서 앞으로 이동시키며 스윙아크를 줄인 ‘직선 역학(Linear Mechanics)’ 타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볼을 향해 양 손목을 길게 뻗고 앞발을 이동함으로써 파워를 내게 하는 타법이다. 손목의 힘을 많이 이용하는 이승엽은 장타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기회를 잡고 선구에 집중해 안타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홈런포가 다소 늦게 7게임 만에 가동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게 야구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승엽은 일본으로 진출하기 직전인 2003년 56개의 홈런을 터뜨려 홈런 아시아신기록을 세울 때만 해도 스윙 아크가 제법 컸고 파워도 실렸다. 하지만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후인 2012년 시즌에는 정교한 컨팩트 위주의 스윙을 구사, 홈런포가 더디게 터지고 있다.

김태균의 경우 스윙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김태균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배리 본즈, 새미 소사와 같은 정통 홈런타자 스윙인 ‘회전역학(Rotational Mechanics)’ 타법을 펼친다. 정지된 몸통의 회전축을 이용, 유연하고 강력한 스윙으로 홈런을 터뜨리는 타법이다. 이 타법은 히프를 돌림으로써 몸과 방망이의 회전력이 극대화되는 장점을 앞세운 것으로 김태균은 방망이에 제대로 대기만 해도 대형 아치를 그려낸다. 아직 홈런포를 터뜨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전반적인 몸 컨디션이 정상에 올라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시범 경기 개막전에서 시원한 홈런포를 가동했던 김태균은 타격감이 살아나면 조만간 홈런타자로서의 위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조적인 타법을 구사하는 두 선수의 홈런공방은 미국 프로야구에서도 크게 양분된 ‘직선역학’과 ‘회전역학’ 타법의 대결로도 흥밋거리가 될 듯하다.

오랜만에 고국무대에 선 두 선수의 뜨거운 홈런 공방전으로 지난 시즌의 680만 관중을 넘어선 프로야구는 올해 700만 관중을 돌파해 사상 최고의 흥행을 올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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