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물 제657호인 삼천사 마애여래입상은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는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마애불이라고 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바위 위에 새겨진 부처님의 표정이 아리송하다. 웃고 있는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지만, 매우 편안한 얼굴이다. 때문에 보고 있는 사람의 마음도 함께 넉넉해진다.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삼천사 마애여래입상의 모습이다.

서울시 은천구 진관동에 있는 삼천사를 찾아가는 길. 큰 도로에서 안내판을 따라 조금 걸어오니 나무들로 울창한 숲속에 닿았다. 산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니 경쾌하고 맑은 물소리가 들린다. 산 계곡에서 나는 물소리다. 삼천리골 계곡은 서울에서 깨끗한 계곡으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
북한산 둘레길이 있어 산행을 나온 이들도 제법 많고, 삼천사에 기도를 드리러 가는 불자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르막길을 20여 분 걸었을까. 넓은 경내가 펼쳐졌다.

북한산의 멋진 봉우리들을 병풍 삼은 삼천사에 다다른 것이다.

‘동국여지승람’ 등 문헌에 따르면 삼천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와 진관스님이 창건한 사찰이다.

하지만 임진왜란 당시 전란으로 전각들이 모두 타버렸고, 마애불만 남아 있던 자리에 진영화상이 다시 복원한 이후 1970년대 여러 건물과 탑 등을 세우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 삼천사 금강문. 사천왕 대신 수문장 역할을 하는 인왕상 한 쌍이 문에 그려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입구에서 여러 개의 석탑을 지나니 ‘삼각산 삼천사’라는 사액이 걸린 금강문이 보인다. 보통 일주문이 있고 사천왕에 세워져 있는 일반적인 사찰과 다르다.

문 좌우에는 사악한 존재가 사찰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인왕상 한 쌍이 그려져 있다. 수문장 역할을 하는 이 그림속 인물들은 근육질인 데다 한 손으로 산을 들어 올릴 만큼 우람한 체격이다.

산속에 있는 사찰이라 전각들은 오르막 형태로 배열돼 있다.

일주문을 통과해 돌계단을 오르면 그 일직선상에 바로 대웅보전이 보인다. 형형색색의 단청과 꽃살이 매우 화려하고 아름답다. 대웅보전은 전체적인 구조는 중후하고 웅장하며 지붕은 맞배지붕 형태다.

안을 들여다보니 예불을 드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다. 내부에는 철불인 석가여래삼존상이 모셔져 있다. 그리고 그 뒤로는 후불탱화가 걸려 있다.

▲ 삼천사 대웅보전. 화려한 단청이 매력적이며 내부에는 석가여래삼존상이 모셔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서 가장 오래된 ‘마애불’
대웅전을 나와 오른쪽으로 난 계단을 올라 마애여래입상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애불 앞에는 종 모양의 탑이 하나 세워져 있다.

이는 성운화상이 미얀마 성지순례 당시 가져온 부처 사리 3과를 종 모양의 돌탑 속에 봉안한 것이다. 이 탑에는 88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 삼천사 종형사리탑. 종 모양으로 된 이 탑은 부처 사리 3과를 봉안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리고 그 뒤로 보물 제657호인 삼천사 마애여래입상이 있다.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하는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마애불이라고 한다.

병풍바위에 새겨진 불상은 매우 세밀하고 묘사돼 있다. 이 마애불은 특징은 돋을새김이 돼 있다는 점이다. 지그시 감은 듯한 눈과 복스러운 코, 두툼하고 작은 입술이 매력적이다. 옷자락은 매우 부드럽게 늘어뜨려져 있다.

한 손으로는 옷자락을 잡고 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무언가를 받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부처 발아래에는 연꽃이 펴 있다.

이 마애불은 예부터 영험이 있다고 알려져 삼천사는 기도를 하러 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사람들은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부처를 한참 바라보기도 하고, 몸을 엎드려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 마애불 옆으로는 산신령을 모시는 산령각이 자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 옆으로 2층 건물의 산령각이 있다. 산령각을 향해 계단을 오르면서 담장 너머를 내려다보니 맑은 계곡이 흐른다. 다리가 놓여 있고, 사람들이 쌓아 놓은 수십 개의 돌탑들이 있다. 돌탑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취를 대변한다.

산령각 안도 대웅보전과 마찬가지로 사람들로 가득했다. 안에는 금박으로 화려하게 부조된 산신탱이 있다. 입체적으로 표현돼 화려할 뿐 아니라 사실적이다.

삼천사는 ‘산신이 보좌를 튼 절’로도 알려져 있으며 산령각은 커다란 바위와 닿을 듯 매우 근접해 있어 산속에 있는 사찰임을 실감케 했다. 산령각 옆에는 천태각이 있다.

▲ 삼천사 옆으로 맑은 계곡이 흐른다. 계곡에 다리와 함께 수많은 작은 돌탑들이 놓여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산령각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사찰 경내가 한눈에 보인다. 푸른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사찰 안으로 물이 흐르는 계곡, 마애불 앞에서 기도드리는 사람들의 모습, 대웅보전의 지붕, 작게 탑도 보인다.

삼천사는 전체적인 사찰 구조를 자연지형을 고려해 배치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서울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어, 자연에서 전해져 오는 맑은 기운과 함께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의 간절함이 묻어난다.

▲ 삼천사가 자리하고 있는 북한산.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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