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백하나 기자] 부산에서 심야에 산책하러 나간 여대생 문모(21) 씨가 실종 8일 만에 익사한 채 발견됐지만 여러 가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문 씨의 사인이 익사로 밝혀졌지만 익사 경위와 문 씨의 행적을 증명해줄 CCTV, 목격자 등이 없어 경찰은 실족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타살과 자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족·자살 가능성은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 사인이 전형적인 익사로 밝혀짐에 따라 일단 실족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 씨의 시신이 발견된 대천공원 호수는 높이 1.2m 철제 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문 씨가 일부러 넘어가지 않는 이상 실수로 펜스 바깥에서 펜스 안 호수로 빠지기는 어렵지만 대천공원 호수를 찾은 일부 산책객이 종종 철제 펜스를 넘어 호수 계단에서 쉬기도 한다는 점으로 미뤄 문 씨가 펜스를 넘어갔다가 실수로 물에 빠졌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시신 발견 당시 문 씨가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는 점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으로 남아 있다. 이어폰을 끼고 실수로 물에 빠졌다면 본능적으로 물에서 허우적거리면 이어폰이 귀에서 빠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경찰은 문 씨가 대학에서 전과하기 위해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우울증 증세가 있었다는 유가족의 말을 토대로 자살 가능성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당시 문 씨와 전화통화를 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친구들과도 평범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문 씨는 산책하러 나간 지 30분 만인 4일 오후 11시 50분쯤 어머니에게 전화로 “강가(대천천)다. 곧 들어간다”고 말했다. 보통 자살 전 유서 등을 남기거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을 남기게 되는데 문 씨의 경우 이러한 자살 징후는 없었다.

◆타살 가능성 배제 못 해… 물속 휴대전화서 신호음?

문제는 문 씨의 실종 5~6일째인 지난 9일 낮 12시 18분, 같은 날 오후 5시 47분, 다음날 오후 4시 18분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문 씨의 휴대전화가 좌동 해운대교육지원청 인근 기지국에 신호가 잡혔다는 점이다.

문 씨가 실종 당일인 지난 4일 밤이나 5일 새벽 사이 실족이나 자살 등의 요인에 의해 물에 빠졌을 경우 물속에 있던 휴대전화가 신호음을 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속에 휴대전화가 신호를 보낼 수 있는지는 기술적인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통상적으로 물속의 휴대전화가 신호를 보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휴대전화는 마지막으로 신호를 보낸 10일 오후 4시 18분 이후에 물속으로 던져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의문점으로 인해 타살 가능성이 실족이나 자살 가능성보다 높게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문 씨가 공원호수에 빠진 경위와 당일 행적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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