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계약서 교부 의무화 등을 홍보하는 고용노동부의 영상 중 한 장면. 이와 같은 홍보 영상도 직접 찾지 않으면 쉽게 접하기 어렵다. (사진제공: 고용노동부)

근로기준법 보호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

[천지일보=이솜 기자] 단기 계약 근로자 보호를 목적으로 올해부터 모든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서 작성과 교부가 의무화된 지 4개월이 지났으나 이를 지키는 곳을 찾기가 힘들며 홍보 또한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근로계약서 서면 작성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지만 특히 단기 아르바이트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부산지역 11개 고교, 130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75.5%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사용자는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및 휴가 등에 관한 근로조건은 서면으로 명시했지만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만 이를 한 부씩 나눠 갖기로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종속적 위치에 있는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근로계약서 교부를 요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근로계약체결 시 근로자가 요구하지 않더라도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근로계약서를 근로자에 교부해야 한다고 정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올해부터 업주가 만 18세 미만 근로자와 계약을 맺을 때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교부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하지 않을 경우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제 위반 등 불이익을 당할 확률이 높지만 이를 알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은 많지 않았다.

지난 2월 국수가게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박모(21, 여, 서울시 용산구 효창동) 씨는 “근로계약서에 대해서 알지 못하며 업주 또한 이를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구두로만 계약해서인지 업주가 임금을 주지 않으려 해서 결국 싸웠는데, 계약서를 의무화했다는 것을 알았으면 그냥 신고할 것 그랬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화에 관해 업주들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편의점 사장인 이모(여, 서울시 중구 봉래동) 씨는 “지금껏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할 때 근로계약서를 써 본 적이 없고 써야 하는지도 몰랐다”며 “이번에 의무화된 사실도 방금 처음 알았다. 관련 기관에서 홍보를 하거나 보도된 내용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해도 주요사항만 작성하는 계약서의 양식과 허술한 감시 때문에 피해를 본 경우도 있었다.

콜센터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모(여, 20,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씨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일을 그만둘 때 원래 없었던 근로조건을 사측에서 갑자기 제시해 약속했던 시급보다 훨씬 적게 임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서에서는 없던 항목이었고 나한테 언급한 적도 없었다고 반박했다”며 “그러자 사측에서는 ‘원래 계약서에는 중요 항목만 간단하게 적는 것이다. 계약서는 다 지키고 세부 항목만 구두로 언급하지 않았냐’라는 반응을 보여 할 말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근로계약서만 따로 감독하는 경우는 없으며 다른 감독을 할 때 함께 한다”며 “표준근로계약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만 표기하며 올해 예시 계약서는 곧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시로 보여주는 표준근로계약서는 꼭 같아야 할 필요는 없고 업주의 재량대로 작성할 수 있다”며 “올해 실행되고 있는 근로계약서 작성과 교부 의무화에 대해서는 곧 홍보를 시작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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