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경찰청장 인선 예상보다 늦춰질 듯

(서울=연합뉴스) 청와대가 사의를 표명한 조현오 경찰청장 후임 인선작업에 나선 가운데 `이강덕 카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현재 청와대와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대 1기인 이강덕 서울경찰청장의 승진을 유력하게 꼽고 있다. 이 청장이 승진한다면 경대 1기 출신의 첫 `경찰 수장'이 된다.

이 청장은 2008년 청와대 근무를 거쳐 부산경찰청장ㆍ경기경찰청장ㆍ서울경찰청장 등 경찰의 핵심 보직을 맡으면서 경찰청장으로 가는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게다가 이 청장이 업무 장악력이 뛰어난 데다 업무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최근 `룸살롱 향응' 파문과 경기 수원 20대 여성 피살 사건 등 잇단 악재 속에 경찰 기강을 바로잡고,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경무 기획통'인 이 청장의 승진이 불가피하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경찰 고위관계자가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청장은 그동안 `차기 청장 0순위'로 꼽혀왔고, 실제로도 경찰청장으로 키워져 온 측면이 있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

하지만 이 청장이 이 대통령의 고향(경북 포항) 출신인 데다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가 불거진 2008년 청와대 공직기강팀장을 맡았다는 게 큰 부담이다.

이 청장을 승진시켰을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야당에 공세의 빌미를 주는 것은 물론 비판적 여론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고민은 이 청장을 대신할 `히든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이 청장과 함께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는 김기용 경찰청차장(행시 특채), 강경량 경찰대학장(경대 1기), 모강인 해양경찰청장(간부후보 31기) 등 3명뿐이다.

서천호 경기경찰청장은 전날 수원 20대 여성 납치 피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고, 이성한 부산경찰청장은 현재 치안감으로서 법률상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김 경찰청 차장은 행시 출신으로서 조직장악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강경량 학장은 2005년 서울 청량리경찰서장 재직 시 브로커 연루설로 직위해제된 것이 흠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 사례와 마찬가지로 모 해양경찰청장의 수평이동도 가능하지만, 내부 승진이 아니어서 자칫 경찰 내 불만이 쏟아져나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올해가 집권 마지막 해인데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 치안의 `신경망'인 경찰 조직이 외생변수에 흔들리지 않아야 된다는 점에서 차기 경찰청장의 임무가 막중하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후임 경찰청장 인선이 예상보다 다소 늦춰질 것 같다"면서 "지금 인선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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