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의 기강 해이와 자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수원 살인 사건이 그 단적인 예다. 얼마 전에는 2004년 밀양 집단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던 여학생이 현재 경남지역 경찰로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밀양 집단성폭행 사건이 있던 2004년 당시 고3이었던 김 씨는 경남 밀양의 고등학생 44명이 여중생 자매를 1년간 성폭행한 ‘밀양 집단성폭행’ 사건 가해자를 옹호하는 글을 남긴 바 있다. 피해자에 대해 “X도 못생겼다더만 그X들”이란 글을 올리며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던 피의자들을 옹호하는 글을 올려 비난을 받았었다. 이후 2010년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뒤 현재 경남지역의 경찰로 근무 중인 사실이 알려지자 수원 살인 사건과 맞물려 김 씨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이 커지자 김 씨는 당시의 행동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평생의 짐으로 안고 자숙하겠다는 내용의 사과글을 남겼지만 김 씨를 향한 비난은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 같다. 아무리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남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을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과거의 실수가 현재와 미래의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잘못된 사고방식을 가진 채 공공의 안전을 살피는 일을 한다는 것 또한 위험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철없던 시절의 실수’라는 말 한 마디로 모든 게 용서되고 용납되는 세상이라면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세상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정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공공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 서야 하는 경찰 공무원에게 있어 올바른 정신과 건강한 사고방식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자신의 생각과 기분에 따라 행동하고 시시비비를 가리지도 못하는 사람이 공공의 안전을 책임질 수는 없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이들마저도 성적에 의해 그 당락이 정해져야 하는 현실이다 보니 그들의 정신건강은 미처 돌아보지 못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공무원들의 사고방식도 점검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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