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산악부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남대 최강근·노지혜 씨와 명지대 김상우 씨가 한국대학산학연맹 사무실 내에 조성돼 있는 인공암벽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헬기타고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이 힘들다가도 또 금세 잊어요. 정상을 밟았을 때 성취감이나 그 기분은 잊혀지지가 않아요. 여운이 대단해요.”
“세상에서 그렇게 큰 배낭이 있을 줄 몰랐어요. 꽤 무게가 나가는 배낭을 메고 산에 오르려니까 죽을 맛이었죠.”

지옥훈련이라도 다녀온 양 죽을 만큼 힘이 든다는 대학산악부 강남대 노지혜 씨와 최강근 씨, 그리고 명지대 김상우 씨. 전국 대학산악부의 연합단체인 한국대학산학연맹 임원이면서 09학번 동기생인 이들은 대학생활 4년을 산과 함께 했다. 청년들이 나약하고 도전의식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요즘, 이들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쉽고 편하게 즐길 수도 있을 법한 취미 대신 지금까지 산악동아리에 남아 있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다소 왜소해 보이던 노지혜 씨는 “가볍게 산행하는 줄 알았는데 암벽·빙벽도 타 깜짝 놀랐다. 장비도 이렇게 많은 지도 몰랐다”며 “선배들이 어르고 달래고 잘해줘서 있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노 씨는 한 학기 정도 쉬긴 했지만 사람들과 산에 대한 옛정이 그리워 결국 다시 산악부에 몸담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눈에 봐도 건강미가 느껴지는 명지대 김상우 씨는 등반대장이다. 그도 “산은 CF에서 본 것이 다였는데 선배들이 밥 사주고 술 사주고 잘해주니까 계속 나왔다”고 미소를 띠었다. 그는 “방학 때는 9박 10일 장기산행으로 산속생활을 하는데 그땐 너무 힘들어서 사실 그만둘 생각이었다”며 “힘들게 올라간 만큼 산 정상에서의 성취감과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큰 감명을 받아 또다시 산을 탔다”고 말했다.

반면 최강근 씨는 고3, 재수시절 북한산에 올랐을 때 암벽 타는 사람들 모습에 매력을 느껴 산악부를 찾았다고 했다. 그러나 최 씨도 “산악부 더 이상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막상 정상을 밟으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는 “그만두자”는 결심을 반복했지만 산 정상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흥에 힘든 것도 잊게 된다고 말했다. 산행할 때마다 힘들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동은 매번 다르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한목소리로 팀워크와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씨는 “산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목표보다 로프로 같이 엮은 사람과 엄청난 정이 쌓인다”고 말했다. 김 씨도 “목숨을 남에게 맡기는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냐”며 “진짜 힘들고 극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내 옆 동료밖에 없다. 동료애가 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르바이트나 자격증을 따고 취업 준비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인 것은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산악부 활동 이후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주변 사람들 반응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굉장히 소극적이고 의사 표현을 잘 못해 싫은 소리도 못 했다”며 “선배들처럼 후배를 이끌어가야 할 위치에 서게 되니 책임감과 함께 리더십도 생겼다”고 말했다.

최 씨는 먼저 체형 자체가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신입생 홍보용으로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근육은 붙고 살은 빠졌다”고 말했다. 최 씨는 또 “내적으로는 정신력이 강해졌고 깡이 생겼다”며 “처음엔 시키는 것만 했는데 3,4학년이 되면서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다보니까 애들을 이끌어 나가는 요령도 생겼다”고 말했다.

최 씨와 김 씨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듣던 노 씨는 “나는 오히려 살이 쪘다. 체력을 비축해놔야겠다는 생각에 엄청 먹었다”고 말해 다들 웃음보가 터졌다. 또 그는 “사람을 가려가면서 사귀는 스타일이었는데 산악부에서는 생사고락을 함께 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4년 대학생활 동안 꽤 많은 산을 탔을 텐데 이들에게 있어 산은 어떤 존재일까. 김 씨는 산은 하나의 인생을 대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산꼭대기만 보여 너무 힘들었다. 막연하고 먼 목표를 잡았기 때문”이라며 “작은 목표를 하나 둘 씩 이루다보니 어느새 꼭대기에 올라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배들이 50분을 더 가야 하는데도 ‘5분 만 가면 돼’라고 자주 말해줬는데 그 의미를 이제 알 것 같다”며 자신도 후배들에게 똑같이 말한다고 전했다.

최 씨는 “저 자신이 산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한자로 이름을 쓰면 ‘산’자가 두 개나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산악하면서 자아를 고민한다”며 “산을 많이 타도 완벽하게 알 수 없는데 마치 나의 여러 모습을 보든 듯 하다”고 말했다.

노 씨는 “세상에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자연에서 만난 사람들과 산행을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없다”며 “산은 내 삶의 활력소가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외형적으로나 내면적인 변화를 경험하면서 자신감을 얻는 소중한 대학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산악부 동아리 회원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제일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씨는 “돌이켜보면 남아 있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며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볼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좀 더 길고 넓게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노 씨도 “3월 처음에는 후배들이 정말 많이 들어오는데 산행 후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아쉽다”며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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