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경찰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가기관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킴은 물론 이 사회의 안전과 위험을 제거ㆍ경감시켜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찰에게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을 통해 경찰권을 부여받게 되고 그러한 경찰권을 통해 직무를 이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찰행정법상의 개괄적 수권조항을 인정하여 국민이 처한 위험으로부터 광범위하게 경찰이 경찰권을 발동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고 있는 것이 오늘날 경찰행정의 형태다.

하지만 지난 1일 경기도 수원 지동에서 발생한 20대 여성의 토막살인 사건을 접하며 국가기관인 경찰이 과연 그 직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국민이 바라보는 경찰상은 과연 어떠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살인 피해자가 신고한 112 신고내용을 보며 필자는 소름이 돋고, 이후 경찰의 대응과 거짓말에 피가 거꾸로 솟았기 때문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112 신고내용을 그대로 적시하겠다. 여러분의 딸이라도 이렇게 전화를 받았을지 생각해 보며 곱씹어 주길 바란다. ( )는 경찰관의 질문이고 “ ”는 피해자의 신고내용, [ ]는 당시 상황이다.

(112경찰입니다. 말씀하세요.) “예, 여기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요. 저 지금 성폭행 당하고 있거든요.” (못골놀이터요?) “예,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 어느 집인지 모르겠어요.” (지동요?) “예,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못골놀이터 가는 길쯤으로요.” (선생님 핸드폰으로 위치 조회 한번만 해 볼게요.) “네.” (저기요, 지금 성폭행 당하신다고요? 성폭행 당하고 계신다고요?) “네네.” (자세한 위치 모르겠어요?) “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놀이터 가기 전….” (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놀이터 가기 전요.” (누가 누가 그러는 거예요?) “어떤 아저씨요. 아저씨 빨리요 빨리요.” (누가, 어떻게 알아요?) “모르는 아저씨예요.” (문은 어떻게 하고 들어갔어요?) “저 지금 잠갔어요.” (문 잠갔어요?) “내가 잠깐 아저씨 나간 사이에 문을 잠갔어요.” (들어갈 때 다시 한 번만 알려줄래요?)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오는 소리] “잘못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 (여보세요. 주소 다시 한 번만 알려주세요.) “악, 악. 아저씨 살려주세요. /흐느낌” (거기 어디입니까?) “악! 악! /비명소리” (거기 어디세요?) [투명테이프 또는 청테이프 뜯는 파열음]… [이후 비명 소리 등 4분가량 이어지다 전화 끊어짐]

위 신고접수 내용을 보면 피해자는 피해지점을 인식하고는 있으나 자세한 위치를 모르고 있었음은 초등학생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위급한 상황에서 경찰이 피해자에게 얻은 정보라고는 대화를 주고받은 1분 20초 동안 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놀이터 방향이라는 것뿐이다.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필자가 정말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놀이터 방향으로 몇m 지점이며, 건물의 특징과 건물의 어디쯤인지(지하인지 지상 몇 층인지), 피해자의 이름은 무엇인지에 대한 기초적인 질문만 있었어도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도 있었고 검거가 오래 걸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출동한 경찰은 30여 개의 빈집과 공터 위주로 수사를 벌였을 뿐 결국 찾지 못했고 영장 없다며 공터와 폐가만 찾아다녔다 하니 어이가 없다. 결국 다음날 11시 30분경 “옆집서 싸우는 소리가 났다”는 제보에 의해 검거할 수 있었지만 피해자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된 채로 발견됐다. 하지만 경찰의 이러한 부실 접수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사건 당시 “강력팀 35명을 투입했다”는 거짓말로 국민을 상대로 은폐 시도를 한 것은 더욱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다.

얼마 전 청담동에서 필자의 어머니가 난데없이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강남경찰서 담당 경찰관은 반말로 일관하며 연세도 많은 피해자를 가해자처럼 대한 적이 있었고 필자의 항의에도 수사방해라며 오히려 윽박지른 일이 있었다.

필자가 보건대 경찰이라고 해서 다 훌륭한 경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찰에 대한 여론조사를 해본다면 경찰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음을 알 것이고 이는 경찰 스스로가 만든 업보다. 수사권조정 문제만 나오면 밥그릇 지키기를 위해 집단행동마저 보여주었던 그 패기로 ‘경찰의 자질 및 자격 검증’을 통해 부적합 경찰부터 퇴출시켜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진짜 경찰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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