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역사는 반복된다. 따라서 역사는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 땅에도 조선 초기의 명나라에 대한 사대가 펼쳐지고 효종과 송시열의 영수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책은 그 재판이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는지를 담았다. 해박한 지식, 걸출한 입담이 어우러진 저자의 글에서는 조선정치와 현대정치가 묘하게 조우한다. 두 시대가 만나는 접점에선 ‘재미’가 쏟아진다.

저자는 역사라는 것이 얼마나 판박이처럼 되풀이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진단한다. 더 나아가 그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지도자들로 인해 백성들은 얼마나 비참한 운명에 놓이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저자의 눈은 FTA로 향해 있다. 30년 만에 을사늑약이 체결되는 비극을 맞았듯이 한미FTA가 미국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태종 이방원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동일선상에 놓고 설명을 이어간다. 우선 저자는 이방원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한다. 사실 이방원은 사람을 많이 죽인 걸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역사에선 악역으로 많이 그려진다. 그는 공신을 우대했으나 그 공신 세력들이 분수를 모르고 나대면 가차 없이 처단했다. 특히 왕권에 걸림이 된다면 그 누구든 처리한 인물이다. 심지어 자신의 처가도, 세자인 세종의 처가도 쑥대밭은 만들었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세종을 등장시킨다.

“정치인은 누구나 자신이 세종이 되려고 한다. 그러나 세종이 어느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연속이다. 아버지 태종이 고려도 아니고 조선도 아니었던 어수선한 정국을 총대 메고 확실하게 정리했기 때문에, 그리고 나라의 뼈대를 세우고 그 내용물을 단단하게 채워 넣어 세종에게 넘겨주었기 때문에, 그 반석 위에서 세종이 뜰 수 있었던 것이다. 태종은 기꺼이 그 역할을 떠맡았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노 전 대통령이 세종이 아니라 태종이 됐어야 한다고 분석한다.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및 조중동과의 전면전을 통해 그들을 정치적으로 제거했어야 함에도, 민주당 해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한미 FTA 타결, 법인세 인하 등을 시행하며 자신의 지지기반을 해체하고 적과 연대에 나선 치명적인 오판을 저질렀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처럼 저자는 조선의 정치가 오늘날의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민주개혁세력이 왜 실패했는지 역사 속에서 진지하게 반추할 것을 강조한다.

김병로 지음 / 미래지향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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