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길 7대 국가상징물 연구가

요즈음 우리 국민들의 무궁화 사랑 열기는 점점 식어간다. 무궁화 사랑이 고조되던 시기는 조선말 나라가 쇠퇴해 기울어질 때 애국가 가사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을 넣은 후인 일제강점기였다. 백성들은 우리말도 마음대로 못하고 일본말을 배워야 하는 등 일제의 탄압이 심하던 시절 울밑에서 늦게 싹을 트며 한여름부터 가을까지 피고 지는 무궁화 꽃을 보면서 피곤함을 달래며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이런 무궁화는 생명력이 강인해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와 같고, 고조선 이전부터 한반도에 서식하며 동고동락을 같이했다. 한단고기의 고대에는 태양과 함께 아침에 피어서 저녁에 지는 환화와 하늘을 가리키는 꽃 천지화로 불리었다.

4200년 전 인물이던 중국의 백익이 지은 산해경에 ‘그 땅에는 훈화초가 많은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진다’라고 했고, 고금주에는 ‘군자의 나라는 지방이 천리로 목근화가 많다’며 신라를 근화향의 나라로 불렀다. 여기서 환화와 천지화, 훈화초, 목근화, 근화향 모두 무궁화를 뜻한다.

고려 때 이규보가 ‘무궁화’라는 명칭을 처음 썼고, 충신 구참판, 울타리 꽃, 접시꽃 등 무궁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조선은 어사화와 백성의 꽃이었다. 임시정부 때는 일제에 항거하기 위해 무궁화 묘목을 나누어 주다 발각돼 구속되고 묘목은 불태워졌고, 학교 모포나 배지의 무궁화 도안과 무궁화동산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았다. 이와 같이 무궁화는 우리 민족과 기쁨과 슬픔을 같이하며 살아왔다.

대한민국에서 무궁화는 국민을 대변해 최고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비롯해 나라문장, 대통령과 국무총리 휘장, 정부기관 심벌 등에 활용되고, 기차와 인공위성 등 소중한 명칭 사용과 무궁화동산․거리 조성, 정부보급 품종선정 등 민족의 정통성을 이어가려고 한다.

그러나 압축 산업화와 민주화로 인하여 잘살고 자유로운 나라가 되다 보니 국민들이 돈 잘 벌며 즐기는 데 몰두해 선조들의 국난극복 정신이었던 국가의 정체성까지 잊어버린다.

이는 민족과 함께한 무궁화의 역사적인 배경과 특징의 이해부족으로 노거수 방치나 진딧물의 과장 등이 국민들에게 잘못 알려져 무궁화 사랑이 식기도 했다. 이를 시정해 시대에 맞게 법률로 제정해 선양할 책임이 있는 정부조차도 조직이 없어 방관으로 일관한다. 또 무궁화에 대한 올바른 홍보나 학교교육 미비, 국민들이 좋아하는 품종의 지속적인 개발 등 국가 미래에 대한 대책을 찾아볼 수가 없다.

미국은 2만 5천여 종이나 되는 장미를 국화 법률로 제정해 관리하면서 매년 200여 종의 품종을 개발하며 국민들에게 사랑과 관심으로 자부심을 가진다. 우리나라는 드라마, 김치, 막걸리, K-POP 등이 전 세계에 울려 퍼지면서 한류로 요동친다. 이런 점을 착안하여 국화 무궁화 홍보와 역사교육 보완, 품종개발, 또 ‘충신 구참판, 울타리 꽃, 접시 꽃’ 등 무궁화에 대한 좋은 소재를 찾아내 ‘해를 품은 달’처럼 인기드라마로 제작해 방영한다면 국민들에게 민족 정통성이 솟아나 무궁화 사랑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려면 국가상징물 지정 및 통합선양 법률을 조속히 제정해 무궁화사랑 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번 식목일에 무궁화 한 그루라도 심었으면 역사성과 민족성을 깨우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국민들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시대에 맞는 국화 무궁화로 승화되어 나라사랑으로 이어지고 한반도는 영원히 지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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