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온 어머니 편지

김규동(1925~2011)

꿈에 네가 왔더라
스무 살 때 훌쩍 떠난 네가
마흔일곱 살 나그네 되어 네가 왔더라, 네가 왔더라.
살아생전에 만나라도 보았으면
허구한 날 근심만 하던 네가 왔더라
아아- 너는 너는 울기만 하더라.
내 무릎에 머리를 묻고
한 마디 말도 없이 한 마디 말도 없이
그저 어린애처럼, 그저 어린애처럼
울기만 하더라
아아- 목 놓아 울기만 하더라.

 

 

남북으로 갈라져 가족들이 서로 떨어져 사는 이 비극적인 현실. 시인은 나이 스물에 훌쩍 떠나듯 고향을 떠났다. 고향에 두고 온 어머니 생각에 늘 마음이 아팠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 염원은 남으로 떠난 아들, 이념이 서로를 갈라놓아 헤어진 아들, 그 아들 살아생전 한번이라도 만나는 것이었다. 그리던 아들이 꿈이나 찾아왔다. 꿈속에 찾아온 아들은 다만 무릎에 머리를 묻고 그저 어린애처럼 울기만 했다. 목 놓아 울기만 했다. 이십여 년을 보고 싶은 어머니를 꿈속에 만나 그저 울기만 하는 아들. 무슨 말이 더 있겠는가.
시인은 지난해 87세의 일기로 작고했다. 작고한 시인은 꿈에도 못 잊는 고향으로 갔을까. 그래서 어머니를 만났을까. 아마도 시인은 죽어 고향으로 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리운 어머니를 만나 그저 목 놓아 울기만 했을 것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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