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KBS의 새노조는 이명박 정부기간 3년간(2008~2010) 총리실의 사찰 내부문건 2619건을 단독 입수했다고 하면서 특보를 예보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밤 자체 제작해 유튜브를 통해 방송한 ‘리셋 KBS 9시뉴스’에서 “KBS가 입수한 공직윤리지원관실 내부 문건 2600여 건에는 2008년부터 3년 동안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과 민간단체, 재계 인사 등에 대해 전 방위 사찰을 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트위터를 통해서 퍼져나갔고 청와대의 해명이 있기까지는 진실로 믿는 분위기였다. 청와대는 지난 3월 3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문서 2619건 가운데 80%가 넘는 2200여 건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총리로 재직하던 노무현 정부 시절 작성된 문건” 이라고 반박했다. 이 발표가 나자 KBS 새노조는 스스로 올린 트위터 글을 삭제하면서 ‘공식입장’을 통해 ‘총리실 사찰문건 2600여 건’ 표현 등 오류에 대해서 사과했다.

보도를 보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이 정부가 행했다고 하는 2600여 건이 불법사찰이라고 주장하던 KBS의 새노조를 비롯한 한겨레, 오마이뉴스 같은 좌파 매체들이 적법한 직무감찰이라는 문재인 전 민정수석 비서관의 말에 대해서는 반박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자료가 노무현 정권에서 작성되었다는 이유로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이명박 정부의 사찰 자료 역시 검찰에서 두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업무범위 내에서 작성된 것으로 적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청와대의 반박 기자회견을 보면 이 정부에서 작성한 문건은 공직자 비리와 관련한 진정, 제보, 투서, 언론보도 등을 토대로 조사한 400여 건으로 대체로 제목과 개요 정도만 있고 실제 문서형태로 된 문건은 120건 정도라고 한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은 분명한 사실이고 국민들도 이 사실에 대해서 정부에 분노하고 실망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도 유세 중에 ‘기가 막히는 일’이라고 하면서 불법사찰을 없앨 것이라는 단호한 발언도 하고 당시 민정수석 비서관인 권재진 법무장관의 사퇴와 특검을 요구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남경필, 정두언 의원 등도 사찰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바가 있다.

노무현 정부시절의 문건 2200여 건을 참여정부의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후보는 적법한 감찰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청와대 측은 “2007년 1월 현대차 전주공장 2교대 근무, 전국공무원 노조의 공무원 연금법 투쟁, 화물연대의 전국 순회 선전전 등에 대한 동향이 포함돼 있다”고 밝히고 있어 확인이 필요한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관행적이건 독직이건 반드시 없어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기 때문이다. 또 노무현 정부에서 불법사찰이 이루어 졌다면 그것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정보수집에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다고 본다. 공무원의 비리나 권한 밖의 역할 등에 대해서 예방적 차원의 감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거전이 시작되고 있는 미묘한 시기에 KBS 새노조가 폭로한 불법사찰 논란은 폭로의 의도와 진위가 순수하다고 보지는 않으나 이번 기회에 불법사찰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고 정권의 부도덕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니 차기정권에서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찰에 대한 진위는 가려져야 한다. 청와대도 수사를 받고 그에 따라 책임을 지겠으며 특검을 받을 용의도 있다고 밝혔으니 두고 볼 일이다. 민주통합당과 야권은 선거전에 득표 전략에 써먹을 호재라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 같다. 박근혜 위원장을 포함한 새누리당도 불법사찰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는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주장하고 청문회를 주장하는 등 공세를 취하고 있으나 이번 선거가 끝나야 될 일이라고 본다. 그 책임을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에게 덧씌우려는 전략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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