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주)이지무브 직원들이 국산 보조기구를 만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튼튼하고 A/S 빨라 소비자에게 인기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국내에서 사용되는 장애인 보조기구가 대부분 고가의 수입품이라 제품을 구입하는 장애인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저렴한 가격의 국산 보조기구가 하나, 둘 씩 출시되면서 장애인 가정에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2010년 발표한 ‘고수요-장애인보조기구 산업 육성 전략 연구’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보조기구 제조업체 중 수입을 병행하는 사업체의 수입품목을 조사한 결과, 의지(26.9%) 및 보조기(13.2%) 품목을 업체들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동기기의 경우 수입 병행 업체 수가 15곳에 불과했으나 품목 비율은 25.2%를 차지해 수입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큰 문제는 수입 비중 순위가 최근 3년간(2007~2009년) 국내 품목별 매출 총액 순위 또는 공적급여총액 순위와 거의 일치하는 데 있다.

이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대부분 장애인 보조기구가 주로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고, 공적급여 지원 품목 역시 수입품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지원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렴한 가격의 국산품이 연이어 출시돼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인 (주)이지무브(Easy Move)는 현재 수입품보다 30% 저렴한 가격으로 ‘이동보조기구’와 ‘자세유지기기’ ‘일상생활 치료용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또 수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 공헌 사업으로 환원해 취약계층고용이나, 후원 사업하고 있다.

오영두 기획조정실장은 “보조기구는 장애인의 신체 일부이자,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본적인 도구”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비싼 가격의 수입품이 시중에 유통돼 장애인들의 구매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대부분 영세한 중소유통기업이 대만이나 중국에서 보조기구를 들여와서 판매하는 데만 급급했을 뿐 사후관리 문제는 열악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저렴한 가격의 국산화 제품을 출시하는 게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회사를 통해 국산 장애인용 유모차를 후원받은 장애인 가정의 경우 국산품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뇌병변 1급인 자녀를 둔 강현순(33, 여, 서울 종로구 이화동) 씨는 성장하는 아이의 신체에 맞춰 장애인용 유모차가 필요했으나 수입 제품은 가격이 비싸 구매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처지에서 강 씨는 올 초 장애인용 유모차를 후원 받게 됐다.

강 씨는 “국내에서 생산된 유모차는 수입품에 뒤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고 실용성이 있다”며 “(국내 보조기구의 경우)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A/S도 빨라 장애 아이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 큰 인기”라고 말했다.

국내 보조기구 제품 생산에 대해 장애인 보조기구 전문가들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기술력을 고려했을 때 이동성보조기구만으로도 국내시장이 충분히 육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공적인 국내 시장 형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권성진 한국장애인개발원 연구원은 “공적급여 지원 시 국산품은 90%, 수입품은 80%로 지정해 국산품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가에서 책임을 지고 산업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자생력이 갖춰지면 지원 금액이 줄어들어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이미 형성됐기 때문에 외국 제품과의 경쟁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병창 나사렛대학교 교수는 보조기구를 개발하는 업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국내 보조기구 시장이 너무 협소해 대부분의 보조기구 개발업체가 제품을 생산해도 이익을 내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수출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보조기구를 개발하는 업체에 대한 세재해택을 부여하거나, 일정량 쿼터제를 적용해 국내 시장을 활성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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