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병철 종교질문에 종교인 答하다  

▲ 고 이병철 회장
지난해 종교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고 이병철 회장 종교질문 24문항’은 인간에게 종교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 후 본지에는 이병철 회장의 종교질문에 대해 여러 종단의 답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달라는 독자들의 요청이 이어졌다.

이에 본지는 특별기획을 마련해 그간 언론에 알려진 종교인의 답과 새로이 참여를 희망한 종교인의 답을 가감 없이 게재한다. 1차로 1~12번 질문에 대한 답을 게재하고 2차로 13~24번에 대한 답변을 게재할 예정이다. 종교질문에 답한 시기를 기준으로 순서대로 게재했다.

2. 신은 우주만물의 창조주라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가톨릭 차동엽 신부

신은 증명 아닌 체험의 문제
“성경에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돼 있다. 신약성경은 그리스어로 처음 기록됐다. 그리스어로 ‘말씀’은 ‘로고스(Logos)’다. 로고스의 뜻이 뭔가. ‘원리’다. 다시 말해 ‘존재 원리’를 뜻한다. 그러니 요한복음서의 첫 구절은 ‘태초에 존재 원리가 있었다’가 된다. 우주에는 기가 막히게 섬세한 질서가 있다. 결국 그러한 존재 원리, 그리도 섬세한 질서의 근원이 무엇인가라는 거다.”

- 그 근원은 뭔가.
 “만물의 창조주로서 신의 존재는 ‘증명’의 문제가 아니라 ‘체험’의 문제다. 결국 우리가 어떻게 신을 만날 건가의 문제다. 만나면 증명이 되는 거니까. 그럼 신을 어디서,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가톨릭 신학생 시절, 수업 시간에 은사 신부님을 통해 고(故) 최민순(1912~75) 신부님의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최 신부님은 아침 수업에서 이런 시상(詩想)을 내놓았다고 한다. ‘꽃을 본다/꽃의 아름다움을 본다/꽃의 아름다우심을 본다.’ 이 구절을 듣는 순간, 제겐 충격이었다.”

- 왜 충격이었나.
 “우주의 철리(哲理)가 사통팔달로 뚫리는 기분이었다. 꽃의 아름다움, 나무의 아름다움, 땅의 아름다움, 하늘의 아름다움이 모두 하나의 고백이다. 변화하는 이 아름다움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이신 분이 아니면 누가 만들 수 있겠는가. 결국 한 송이 꽃을 통해서도 신을 체험할 수 있고, 그 체험이 자신에겐 신의 존재에 대한 증명이 되는 거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창조주=생명체, 만물자체가 증거
궁궐의 왕을 보지 못하였다 하여 왕이 없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신이 만물을 창조한 증거는 만물 그 자체이다. 씨가 없이 나는 것이 어찌 있으며, 심지 않았는데 어찌 싹이 나겠느냐?
창조주는 생명체이고, 생명체인 하나님의 말씀이 씨가 되어 나타난 것이 만물이다(눅 8:11, 요 1:1~4 참고). 천지창조는 아버지가 있음으로 아들이 있음과 같다. 아들은 그 아버지를 안다. 알지 못함은 그 아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교 허정스님

 

존재원리가 있어 원리 따른 것

이 질문에 대한 차 신부님의 대답은 불교와 비슷한 점이 있다.

“로고스(Logos)는 ‘존재 원리’를 뜻한다. 그러니 요한복음서의 첫 구절은 ‘태초에 존재 원리가 있었다’가 된다.”(차동엽 신부) 그 존재의 원리는 연기법의 원리를 떠오르게 한다. 붓다는 연기의 원리를 다음과 같이 설한다. “연기란 무엇인가? 비구들이여, 태어남을 조건으로 늙고 죽음이 있다. 이것은 여래들이 출현하거나 여래들이 출현하지 않거나 그 도리가 정해져 있으며 법으로서 확립되어 있으며 법으로서 결정되어 있으며 그것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다.”
 

 

◆침례교 손형식 목사

 

성경, 하나님=존재근본 선포

모든 우주 만물은 만원경을 들고 천체를 보거나 현미경을 들고 세포의 세계를 보거나 하나의 원리, 법칙, 질서, 파워/힘에 의해서 운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한 인격체의 창조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성경은 분명하게 하나님께서는 스스로 계신 분이시며, 모든 존재의 근본이 되시는 분으로 그 전능하신 능력으로 만물을 창조하셨으며 그 분이 모든 인생들의 근본 아버지가 되심을 선포하고 있다.
 

 

◆민족도교 김중호 도장

 

정신이 육체 지배하듯 신이 지배

이 근본적으로 우주의 존재 가치는 두 가지가 있다. 무형(無形)이 있고 유형(有形)이 있다. 무형이 먼저 존재했고, 이후에 무형이 유형을 만들어낸 것이다. 정신과 마음은 무형이다. 이 무형으로써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무형의 힘을 예로 들어보면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돌고 있고, 태양계는 또 북극성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종적인 만유원력이라는 에너지가 지구성을 존재케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무형의 것을 움직이게 하는 분을 명명하기를 하나님, 하날님, 대주재주 신이라고 종교인들이 지칭하는 것이다. 그 보이지 않는 존재가 보이는 존재를 주관한다. 사람을 봐도 그렇다. 사람의 정신이 육신을 지배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지 않는가. 우주도 만유원력을 신이 주관해서 우주별을 주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출처]
천주교 차동엽 신부-중앙일보 2011년 12월 17일자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본보 2011년 12월 28일자
불교 허정스님-불교닷컴 2011년 12월 30일자
침례교 손형식 목사-워싱턴 한국일보 1월 7일자

[정리= 강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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