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27일까지 핵안보정상회의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개인이나 테러집단으로부터 핵물질과 시설 방호를 위한 국제적 안보관련 최대회의였다. 이 자리에는 58명의 국제정상과 국제기구 수장이 모여 ‘핵 테러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진행됐다. 세계 정상들이 모여 핵 테러와 안보 등에 관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북(北)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은 계획대로 진행할 것임을 알려오고 있었다. 이 회의를 통해 한국이 세계안보와 평화지향의 지도국임을 나타내기에 충분했고, 또 세계가 인정하는 수순을 밟은 셈이다.

이 자리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했고, 때마침 세계은행총재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지명되는 등 세계적 지도자들을 배출해 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 우리는 물론 세계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번 회의를 통해 각국의 정상들 내지 지도자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하게 되는 자리가 됐다. 각종 테러나 위협으로부터 이 세계를 보호하고, 아름다운 지구촌을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질서다. 각기 다른 환경 즉, 역사와 문화가 이제 공존(共存)하기 위해선 질서유지뿐임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또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지구촌에 질서를 위협하는 일이 어찌 핵 테러뿐이겠는가. 남에 나라 수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으며 생명까지 위협하는 불법조업, 소말리아 해적단 같이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해상 불법테러행위, 역사왜곡과 함께 억지논리로 해상에 떠 있는 섬들을 자국화 하려는 움직임 역시 테러임이 분명하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할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적 국가관의 발로며, 약육강식의 야만적 유전 때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 지구촌이 인류공동체로서 하나라는 홍익적 인식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무질서로 이어지게 되고, 무질서는 국제적 혼란을 촉발하게 되니, 그 궁극은 공멸(攻滅)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면 인류의 공존을 위해서라도 이 같은 다양한 테러와 위협으로부터 세계는 힘을 합쳐 반드시 싸워야 하며, 마땅히 보호 받아야 하며, 더 나아가 테러와 위협은 사라져야 한다.

이러한 때를 만나니 문득 그리운 한 사람이 있다. 바로 1200년 전 해상왕 장보고다.

한반도 남단 작은 마을에서 천민으로 태어난 그는 당시 골품제라는 신분제도에 가로막혀 벼슬길에 오르지 못하자, 신분제도가 덜한 당나라로 건너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급기야 높은 지위에 오르기까지 한다. 그리고 법화원(法華院)을 세워 신라인을 보호했으며, 신라방과 신라소를 만들어 해상교류의 전초기지로 삼으며 부(富)도 누렸다.

하지만 그는 당시 해적들에 의해 노예로 잡혀와 갖은 고생을 다하는 신라인들을 구출하는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신라로 돌아온 그는 당시 신라 흥덕왕에게 해적들을 소탕할 것을 간청하게 되고, 흥덕왕은 군사 1만 명을 내주게 된다. 바로 완도군 장도에 청해진을 건설하고, 군사요충지와 무역의 중심지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었던 배경이다.

당시 그는 전 동북아 해상권을 완전 장악하고 해상실크로드를 건설 했으며, 나아가 신라는 해상 무역의 중심지가 되어 당과 일본 나아가 동북아 더 나아가 페르시아의 아랍권까지 해상의 질서를 구축한 바로 그 해상왕 장보고가 그립다는 얘기다.

그는 천(天)의 지형을 지혜로 승화시켜 해상의 질서를 완전 회복하고 해상왕국을 세움으로서 신라는 물론 동북아 나아가 세계가 공익과 공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바다를 정복하는 자가 세상을 정복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지금 세계는 한국의 위상에 놀라고 있다. 그리고 오늘같이 무질서와 혼란이 판을 치는 세상을 바로잡을 이 시대의 장보고를 염원하며, 어지러운 세계질서를 다시금 회복시켜 줄 것을 고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