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최 전 행정관은 청와대 인사로는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최 전 행정관은 민간인 불법 사찰과 관련해 증거 인멸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번 의혹의 ‘몸통’으로 불리고 있다.

검찰은 최 전 행정관을 상대로 장 전 주무관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했는지 또 이 과정에서 청와대 고위 인사 중 누가 가담했는지 집중 추궁했으며,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폭로한 대로 이동걸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통해 변호사 비용으로 쓰라며 4천만 원을 건넸는지, 돈의 출처는 어디인지를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라는 특급 외교 이벤트를 잘 치러낸 이명박 대통령이 역풍에 시달리게 된 형국이다. 이번 의혹을 폭로한 장 전 주무관은 “기소된 7명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담당자가 정해져 있고 이 사실은 브이아이피(VIP)한테도 전달됐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이 ‘VIP’가 이 대통령일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일부 언론은 이 대통령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뿐 아니라 사후 은폐조작 과정에 대해서도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공격지점으로 삼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라는 대변인 설명만 내놓고 있을 뿐 별다른 해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의혹이 의혹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나서서 진상을 밝혀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상식선에서 볼 때 이 대통령이 몰랐다고 해도, 그 바로 아랫선은 이번 사건에 대해 분명히 보고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이른바 ‘게이트’ 급이다. 특히 이번 건은 닉슨을 한방에 보낸 ‘워터게이트’ 사건과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인다. 결코 이 사건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지난 2010년 조사 때 이 대통령은 “어설픈 사람들이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가 간혹 발생하고 있는데 정부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엄중한 조치’를 지시했다. 검찰은 당시의 대통령 의중을 받아들여 사건의 진상을 샅샅이 조사해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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