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정치권에 때늦은 색깔론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거의 깨지기 직전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사퇴로 야권연대가 복원되자 새누리당이 엉뚱한 곳에 화살을 쏘고 있다. 갑자기 이름도 낯선 ‘경기동부연합’이 수면에 부상하더니 이를 마치 김일성 추종세력처럼 매도하고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닐 뿐더러 그 비판의 수준이나 전략도 시대착오적이다. 단적으로 말해 색깔론이 위력을 보였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이번 총선과 12월 대선의 승패를 가늠하는 열쇠는 3040세대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대체로 탈이념의 시대를 살아왔던 세대다. 그리고 수준 높은 정치의식을 바탕으로 한국정치에 대한 강한 개혁의지를 견지하는 세대다. 이들이 80년대식의 철 지난 색깔론 공세에 박수를 보내겠는가. 어림없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색깔론 공세를 펴든 당시 한나라당이 참패를 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색깔론에 일희일비하던 세대는 이미 50대 이후의 구세대가 됐다.

스스로 쇄신에 먹칠하는 사람들

새누리당이 요즘 선거정국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잘만 하면 1당도 넘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새누리당 선거실무를 총괄하는 이혜훈 의원도 “판세 보고를 보니 새누리당이 나름 괜찮은 편”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명박 정부 심판론’에 휩쓸려 거의 몰락할 것 같았던 새누리당이 선거를 앞두고 1당도 넘볼 수 있을 정도로 판세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 결정적인 배경은 여야 공천 물갈이 즉, 쇄신 경쟁에서 새누리당이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거물급 중진들이 툭툭 떨어져 나가고 신예 인사들이 독특한 방식으로 공천을 받을 때 국민은 인적쇄신의 역동성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잘못된 과거와 확실히 단절하겠다며 정책쇄신까지 치고 나오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강한 결기도 좋았다. 결국 경제민주화 기조까지 이끌어 내지 않았는가. 그런데 공천 막판에 초심이 흔들렸다. 쇄신에 먹칠을 하는 인사들을 공천하더니 이제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색깔론까지 들고 나와 스스로 쇄신 성과에 먹칠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선대위 이상일 대변인은 “경기동부연합은 2006년 북한 핵실험 당시 민주노동당이 유감 성명을 채택하려 할 때 이를 무산시켰던 세력”이라고 색깔론 공세의 불을 지폈다. 조윤선 대변인도 한 언론보도를 언급하며 “김일성 신년사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묵념을 하고 회의를 시작하는 사람들”이라고 몰아붙였다. 정말 그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선대위원장은 “야당이 철 지난 이념에 사로잡혀 국익을 버리고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오히려 야당이 색깔론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구태를 빨리 청산해야 한다. 김일성 초상화 앞에 묵념하는 사람들이 설치고 있다면 이는 결국 그들을 구경만 하는 대한민국 정부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 국정원 직원들은 놀고먹는 사람들이 아니다. 명색이 집권당이 선거 때 작은 이익을 위해 상식 밖의 주장으로 선거판을 색깔론 공방전으로 몰고 간다면 이는 국익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게다가 득표에도 도움이 안 되며, 오히려 여론의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다. 새누리당, 정말 체질은 바뀌지 않고 옷만 갈아입었다는 말인가. 2040세대를 결코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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