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정치컨설턴트로서의 삶은 생각보다 맘이 편치 않다. 정치컨설턴트도 이 나라의 국민이요 유권자이며, 나름대로의 정의감이라는 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가끔씩 국회의원 자질도 없고 도덕성도 없는 사람을 단순히 정치컨설턴트라는 이유만으로 당선 전략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이러한 내 자신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하고, 반대로 정말 괜찮은 후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안보일 때면 더 화가 나기도 한다.

필자는 사석에서 제18대 국회가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악의 국회라고 말한다. 국민에게 무엇을 보여 주었는지 국민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말이다. 중산층은 붕괴되어 설 자리마저 없어졌고,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기업확장으로 소상공인들은 하나 둘씩 빚더미와 폐업의 악몽 속에서 살아야 했다. 이 나라의 청년들은 취업난에 고통 받아야 했고, 고물가로 인해 주부들의 주름살은 깊어졌다. 대한민국의 대학등록금이 왜 이리 비싼지에 대해 다들 알고 있지만 대학들의 문제점 개선을 통한 절감안을 만들기보다는 국민의 세금으로 포퓰리즘식 반값등록금만 말하는 정치인이 대부분이었다. 청와대와 여당은 FTA로 경제가 확 살아날 것처럼 말하지만 이 때문에 농민들은 더 황폐한 삶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만 키웠으며 과연 FTA로 인해 서민들의 삶이 얼마나 좋아질지 두고 볼 일이다. 오히려 대기업 중심의 정책들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이 이 사회의 모든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의 걱정과 불안은 청와대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야 모두의 공동책임이요 연대책임이다.

서민들에게 있어서 정치권에 대한 민심이 흉흉하다. 안철수 원장에 대한 높은 지지도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야 할 것 없이 제19대 국회 공천을 앞두고 정치개혁과 공천개혁을 외쳤다. 하지만 지금의 공천 상황을 보면 도로 한나라당, 도로 열린우리당이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제18대 국회의원들의 상당수가 재공천 되어 도로 18대 국회의원은 아닌가 말이다. 최악의 국회가 제19대에서도 버젓이 재연될 생각을 하니 정치개혁의 한 틀을 담당하겠다고 정치컨설턴트가 된 필자의 삶이 우울하기까지 하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개혁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 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유권자들이 현 정치권을 비판하면서도 또 찍어주는 악습을 되풀이 할 것이라는 전망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유권자들이 정치개혁에 표를 던지지 않으면서 정치개혁을 꿈꾸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상당수의 유권자는 정치개혁을 논할 자격이 없는지도 모른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자의 어떤 것을 보고 찍어주겠냐에 대한 여론조사를 해보면 대부분 후보자의 정책, 후보자의 도덕성을 보고 선택하겠다고 답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본다면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지역감정에 의해 표를 준 것이 사실이며 유권자의 상당수가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남권은 새누리당에, 호남권은 민주통합당에 말이다. 영남권에 출마한 민주통합당이나 무소속 후보자 등은 정책과 도덕성이 나빠서 안 찍은 것이 아니라 그냥 새누리당이니까 찍어준 게 맞다. 이는 호남권도 마찬가지다. 호남에 출마한 새누리당이나 무소속 후보 등에게 정책과 도덕성이 나빠서 안 찍은 것이 아니라 지역 정서상 민주통합당이니까 찍어준 것이 맞다.

수도권은 또 어떠한가! 그저 바람따라 찍어준 것이 맞다. 17대 총선은 노무현 탄핵안 바람에 의한 선거였고, 18대 총선은 참여정부 심판론에 의한 선거였다. 많은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봤다기보다는 그냥 바람에 의해 우르르 몰려가 투표하는 성향을 보였다. 상당수의 유권자가 표를 던지는 현실이 이러하니 많은 정치컨설턴트나 스핀닥터들이 이러한 점을 노려 당선전략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 나라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정말 훌륭한 정치인을 국회로 보내기 위해서는 지역감정이나 바람에 따라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정책이나 도덕성, 능력과 자질을 꼼꼼히 살펴보고 표를 던져야 한다. 그게 바로 정치개혁의 시작이요 바른 정치문화를 만드는 시작이다. 제19대 총선에서는 유권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오로지 바른 선택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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