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인 승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서울코레일 1호선 신길역에서 동인천 급행이 출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자동운전 도입됐지만… 노사 입장차 ‘여전’

[천지일보=이솜 기자] 최근 서울지하철 5호선의 한 지하철 승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 열악한 근무 환경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다시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의 입장 또한 이에 팽팽히 맞서고 있어 노사 간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도시철도공사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왕십리역에서 투신한 승무원과 관련 “고인의 죽음은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한 공황장애 때문”이라며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도시철도공사 경영진은 공개사과하고 근본적 대책을 수립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의 자료에 따르면 도시철도 승무원들의 공황장애 및 신경정신질환 문제는 지난 2003년 한 승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제기됐다.

이어 보름 뒤에도 승무원 한 명이 또 자살했으며 2006년 8월까지 정신질환에 걸린 32명 중 11명이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

이 같은 지하철 승무원 정신질환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1인 승무제’와 ‘수동운전’ 그리고 ‘병가를 낼 수 없는 사내 분위기’다.

서울메트로 1~4호선은 전동차 앞뒤에 기관사와 차장이 함께 타는 2인 승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철도 5~8호선은 1인 승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고인을 포함한 도시철도 승무원들은 홀로 지하철을 직접 운전하며 출입문 관리, 안내방송, 객실 민원 등까지 해왔다.

10년 경력의 승무원인 김모 씨는 “암흑 속에서 나 혼자 9천 명에 달하는 승객들의 안전과 여러 가지 업무, 그리고 수동운전까지 책임지려다 보니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이 상당히 컸다”며 “어느 때에는 지하철에 들어가기조차 무서웠던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2007년 가톨릭대학교가 기관사 8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기관사의 우울증 발병률은 일반인의 2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4배, 공항장애는 무려 7배 높은 비율을 보였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은 “지하철을 2명이 운전하는 것과 1명이 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굉장히 큰 차이”라며 “본능적으로 어두운 것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내제돼 있는 것도 정신적인 부담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연말 경영평가에서는 병가 사용과 수동운전 일수 항목이 포함돼 있어 승무원들은 몸이 아파도 말을 할 수 없다는 점도 치명적이었다. 이와 더불어 인력 부족으로 휴가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는 수동운전을 자동운전으로 바꾸고 경영평가 중 병가 사용 항목을 제거했다는 사측의 입장에도 노조는 근본적으로 ‘1인 승무제’가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아직도 눈치를 보며 병가를 못 내고 있는 승무원들이 많다”며 “경영평가에서 이와 같은 항목을 없애겠다고 했지만 정말 그러한지는 연말이 돼서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운전 시스템으로 전향됐으나 이것은 원래의 방식으로 돌아간 것뿐”이라며 “승무원 혼자 몇 시간 동안 어두운 곳에서 업무를 보는 환경은 지하철을 타는 시민에게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측의 입장은 노조 측과는 사뭇 달랐다. 도시철도의 한 관계자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의 전철 시스템과 종류는 다르다”라며 “도시철도는 메트로보다 20년 이상 후에 생긴 것으로 처음부터 1인 체제 운행 시스템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부터는 자동운전을 실행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업무가 줄어 1인 승무가 버겁지 않을 것”이라며 “지방 지하철도 대부분 1인 승무제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2인 승무제로 전환하려면 인력을 2배로 늘려야 하는데 현재 도시철도 재정상 불가능하다”며 “당장에 2인 체제로 추진할 수도 없을뿐더러 이번 요구는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 측은 “지방과 도시철도의 전동차 수가 확연히 차이가 나므로 비교할 수 없다”며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때에도 1인 승무원 체제였고 승무원이 2명일 때와 혼자일 경우 상황 판단의 능력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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