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 측의 ‘여론조사 조작’ 파문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당초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공언했던 국민의 뜻을 반영하겠다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양당은 야권연대를 통해 총선에서 승리하고 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심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당장 총선 일정은 코앞인데, 지금의 모습은 지리한 감정싸움으로 보이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이정희 대표는 사퇴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강행하고 있다. 잘못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이에 따른 결과를 책임지겠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정치계 원로인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오죽했으면 “정치 지도자는 본인이 책임질 일뿐 아니라, 본인 책임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잘못도 책임을 지는 그런 지도자가 참다운 지도자”라고 일침을 가했을까.
또한 국민은 새로운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는데, 그동안 외쳤던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했던가. 통합진보당의 지금 모습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선 아주 관대하지 않느냐는 비난이 무리가 아닐 듯싶다. 문제는 여론조사 조작으로 그치지 않다는 데 있다. 성추행 전력자를 공천했다가 비난이 일자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동안 자신했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형국이다.
민주통합당에서도 경선 불복을 선언하는 등 야권연대가 파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짙다. 여당과 싸우기 전에 내부에서 치고받고 싸우다가 총선에서 패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 유권자는 총선 승리 여부를 떠나 책임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유권자를 위해 뭉쳤다면, 도덕적이고 깨끗한 선거를 원하는 유권자의 열망에 호응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혹독한 ‘4월 심판대’에 오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