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 약발 사라져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김무성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을 계기로 잠잠했던 새누리당의 공천 잡음이 막판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18일 4.11 총선 지역구 후보자 공천을 사실상 마무리했지만, 일부 낙천자들이 공천 결과에 반발해 잇따라 재심을 요구하거나 무소속 출마선언을 하면서 공천 후유증이 재점화되고 있다.

당장 공천에 따른 불협화음으로 대구·경북 후보들이 연이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대구 중남구 공천에서 탈락한 배영식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에서 “현역의원을 특정계파에 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에서 배제했다”며 “이번 공천이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손이 영향력을 행사한 짜맞추기식 공천”이라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인기(고령·성주·칠곡) 의원도 이날 새누리당사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애초 이 의원은 고령·성주·칠곡 지역에 석호익 전 KT 부회장을 공천했을 당시만 해도 공천에 승복했었다.

그러나 석 전 부회장이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여 공천을 반납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자 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는 이 지역에 이완영 당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공천했다.

이에 이 의원은 ‘낙하선 공천’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 밖에 대구지역 중·남구 남병직 후보와 북구을 김충환·조영삼 후보, 동구갑 오태동 후보도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앞서 서울 중랑갑 공천에서 탈락한 유정현 의원은 지난 18일 “1등과 지지율이 12배 차이 나는 4위 후보를 경선도 없이 공천했다”며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납득할 수 없다”고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박형준(부산 수영)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현역의원인 유재중 의원과 국민참여 경선을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 수석은 “특정 후보를 위해 당이 국민참여 경선을 일방적으로 여론조사 경선으로 바꿨다”고 주장하며 무소속 출마를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공천 후보자들이 경선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한 여성이 국회를 찾아 후보자의 성추행을 폭로하기까지 했다.

조진래(경남 의령·함안·합천) 의원은 국민참여 경선과정에서 승리한 조현룡 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의 금품제공 의혹을 제기하며 후보 자격 박탈을 요구했다. 심재엽 전 의원도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의 선거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한 여성은 19일 국회 정론관을 찾아 “2004년 반강제적으로 유재중 의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면서 “또다시 권력을 이용해 여성을 강제로 성추행하고 부적절한 관계까지 나아가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의 잠룡 중 한 명인 정몽준 전 대표는 공천 결과에 대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무한 책임론’까지 제기하고 있어 당내 공천 후유증이 4월 총선에 후폭풍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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