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착한’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착한’ 바람이 부쩍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착한기업, 착한초콜릿에 이어 최근에는 착한음료까지 등장했다. 아마 그만큼 착하지 못한 나쁜 것들이 많은 세상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방앗간에 붙어 있던 ‘진짜 참기름’과 같은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참기름은 그 이름 자체로 진짜 기름임에도 불구하고 가짜가 많다보니 ‘진짜’가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던 것처럼 작금의 한국 사회 또한 진짜가 필요하고, 착한 무엇인가가 절실히 요구되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얼마 전 공정거래위가 밝힌 삼성전자의 조사활동 방해 실태를 보면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맞는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도덕적 수준도, 기업으로서의 윤리의식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휴대전화 가격 부풀리기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수원사업장에 들이닥친 공정위 직원들을 보안담당 용역업체 직원들을 시켜 들어가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 그 사이 사무실에서는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컴퓨터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을 위한 행동을 취했다. 짜인 각본대로 증거인멸에 대책회의까지 거친 이들은 이후 공정위에 허위 자료를 제출했을 뿐 아니라 국가기관의 현장 접근 및 조사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보안 규정을 강화했다고 한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다. 자신들의 불법을 감추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가 하면 회사 자체를 아무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철옹성으로 만들기까지 하니 과연 이곳이 기업인지 불법을 찍어내는 불법공장인지 알 수가 없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불법도 서슴지 않고, 직원들이 죽어나가도 늑장 대응에 원인에 대한 대책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곳을 과연 국민이 믿고 지지할 수 있겠는가.

국민은 으리으리하고 감히 범접하기 어려워 위화감마저 느껴지는 기업,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리지만 정작 한국 사회, 자국민을 우롱하고 업신여기는 기업보다는 정직하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기업을 원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눈앞의 이익을 좇다보면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한국 사회의 비약적 발전에 공헌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으나 명심해야 할 것은 그들이 걸어온 길보다는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더욱 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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