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19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이 시작되기 전의 상황은 정치전문가나 일반국민 모두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민주통합당의 승리를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선거결과를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 힘들어 하는 분위기다.

야권이 다수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야권에는 통합진보당과 자유선진당이 있고 무소속도 있으므로 새누리당이 과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게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논란이 있지만 공천결과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므로 공천논란에 관한 시시비비는 이제 투표로 심판하는 길 밖에는 없다고 본다.

과거 선거에서 공천결과에 대해 극렬하게 저항하거나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일이 지금보다는 적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공천을 공명정대하게 했다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여·야 모두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친이세력의 등장으로 친박세력의 불이익이 예상되었고 민주당은 친노세력의 배제나 후퇴가 눈에 보이는 상황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주류인 이재오, 이방호가 주도하는 공천에서 대통령의 직계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발탁이 두드러졌고 그에 대한 불이익은 친박계가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민주당도 친노세력의 후퇴가 두드러졌고 박지원, 정동영을 중심으로 하는 구 민주계가 부상하는 분위기였다.

정당에는 힘의 균형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주류가 지배하는 정당에서는 비주류가 세력을 만들기에는 어려운 구조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계보의 다툼이 늘 있는 것이고 편 가르기가 엄연히 존재하는 곳이 정당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정당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당이 더욱 심하다.

대통령 후보를 중심으로 의원들의 편 가르기가 후보선출에서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쪽에 쏠린 의원을 친이계라고 불렀고 박근혜 전 대표쪽에 선 사람을 친박이라고 불렀다. 민주당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계파없는 정치를 해본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보면 알 수 있는 문제다.

이번 공천에서 여·야 모두 공천심사위를 구성하면서 외부인사를 공심위원장에 임명하고 새누리당은 7:3으로 외부인사의 비율을 높였다. 민주통합당도 5:5의 비율로 균형을 맞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천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실권을 가진 세력의 입김이 먹힐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새누리당은 친이세력의 공천탈락 비율이 당연히 높을 것이며 민주통합당은 친노세력의 공천율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즉 그동안 다수였던 친이계가 소수로 밀려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구 민주계가 소수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 두 당의 쇄신과 맞물려 있는 것이었다. 기존의 당권이 새로운 세력에게 넘어가는 것이 쇄신의 출발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것이다. 즉 당권교체를 통해서 쇄신을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당선가능성을 두고 공천을 하다 보니 정치신인의 등장이 쉽지 않았다. 현역의원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지는 인지도를 높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또 여론조사의 지지율이 공천된 후보보다 높았던 사람들의 억울함도 있었을 것이다. 정치신인을 영입한 곳에서는 사회의 엘리트군을 공천함으로써 불이익을 받은 당원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공천은 마무리가 되고 공천과 선거결과의 책임은 지도부가 져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공천결과가 민주통합당보다는 상대적으로 낫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새누리당의 현역교체율이 43%이고 민주당은 현역교체율이 경선지역이 있어서 아직은 모르지만 대체로 30%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선거일까지 약간의 변수가 있겠지만 필자는 새누리당의 원내 1당을 예상한다. 민주통합당은 선거전략의 실패로 중도층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할 것으로 생각한다.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가 민주당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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