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3년 제작된 ‘탐라순력도’를 통해 제주목관아 일부가 복원됐다. 1999년 9월에 시작된 복원 작업은 2002년 12월에 완공됐다. (사진제공: 제주목관아 관리소)

지방 관아, 도성과 달리 공·사적 공간 공존

[천지일보=김성희 기자] 조선 시대의 지방행정단위는 부(府), 목(牧), 군(郡), 현(縣)을 두고, 이곳에 도의 관찰사가 해당 마을을 관할하는 부윤·목사·군수·현령·현감 등을 통괄하며 주재했다.

지방관아의 핵심시설은 각 행정단위 수령이 집무를 보던 동헌(東軒)과 수령의 살림채인 내아(內衙), 객사로 구성돼 있다. 객사에서는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를 모셔놓고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대궐을 향해 예를 올리기도 했으며, 외국 사신이나 중앙에서 내려오는 관리들의 숙소로도 사용됐다.

또한 좌수·별감이 집무하던 향청(將廳), 죄를 다스리던 형방청(刑房廳), 노복들의 관노청(官奴廳), 죄인을 가두는 형옥(刑獄) 등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

‘동헌’은 지방수령이 주재하는 관청의 본 건물로 관아의 행정 업무 중심 건물인 정청(政廳)을 이르는 말이다. 생활공간인 내아와 구분돼 보통 동쪽에 있었기 때문에 동헌으로 불렸으며, 후에는 동헌이 관아를 지칭하는 말로 굳어져 외동헌(外東軒), 내동헌(內東軒)이라고 부르게 됐다.

동헌을 동쪽에 배치한 이유는 음양사상으로 동쪽의양의 기운이 왕성한 것에 연유한다.

동헌의 평면은 대략 세 가지로 ‘보은 동헌’처럼 서쪽에는 온돌방, 동쪽에는 대청을 두고 대청 속에 다시 높은 마루를 꾸민 형식과 ‘울산 동헌’처럼 좌우에 온돌방을 두고 중앙을 대청으로 꾸미고 온돌방 앞에 누마루를 둔 형식, ‘김제 동헌’처럼 전 칸을 대청으로 꾸미고 대청
중앙에 작은 온돌방 한 칸을 둔 형식으로 나뉜다.

이들의 평면은 모두 장방형이나, 때로는 강릉 ‘칠사당(七事堂)’처럼 누마루가 붙어 ‘ㄱ’자 평면을 이루는 예도 있다.

수령의 가족생활공간인 ‘내아’의 평면구성은 사대부가의 안채와 같은 모습을 이루고 있다. 안방, 대청, 건넌방, 부엌, 찬방 등으로 구성되며 주위에 곳간 등의 부속채가 딸려 있다.

‘객사’는 ‘객관’ 또는 ‘관사’라고도 하는데, 고려 시대에 들어와 행정조직이 개편되면서 관아시설도 체계화됐다. 객사는 유교가 통치이념인 조선 시대에 사신의 접대공간뿐만 아니라 국왕을 상징하는 전패를 모신 가장 중요한 건물로 남아있다. 건물구조는 가운데 정청(正廳)을 두고, 그 좌·우에 익사(翼舍)를 두고 있다.

관아 건물들의 구조양식도 서로 다르다. 동헌의 구조양식은 주로 익공식(翼工式)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따금 주심포식(柱心包式)으로 꾸미기도 한다.

장대석 기단의 높은 기단 위에 네모뿔대의 다듬은 초석을 놓고 두리기둥 혹은 방주를 세워 창방을 기둥 윗몸에 끼운 뒤 익공 또는 주심포를 결구한다. 지붕은 겹처마로 팔작지붕을 이루는데, 용마루·합각마루·추녀마루를 양성하지 않고 단청은 가칠단청을 한다.

내아는 사대부가와 같이 민도리양식을 이루는 것이 대부분이다. 장대석 마무리의 낮은 기단 위에 막돌 초석이나 다듬은돌 초석을 놓고 방주를 세운다. 가구는 오량(五樑)이 일반적이며, 대처의 천장은 연등천장이고 온돌방은 종이천장이다.

동헌·내아 이외의 부속채들은 대부분 민도리양식을 이루고 있다. 특히 지방관아에서는 누문으로 된 아문이 위엄을 자아낸다.

또한 도성 관아 건축과 달리 지방관아는 공적 공간인 동헌과 사적 공간인 내아가 공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용어설명
ㆍ장방형-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같지 않은 방형을 말한다.
ㆍ공포- 한국·일본·중국 등지의 전통 목조건축에서 처마 끝의 하중을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 같은 데에 짜 맞춰 댄 나무 부재로, 장식의 기능도 겸한다.
ㆍ익공식- 보통 기둥머리와 주두를 동시에 익공(새 날개 모양의 부재)이 물고 있는 짜임수법이다.
ㆍ주심포식- 기둥 위에만 공포를 배치하는 것으로, 가장 오래된 공포 형식이다.
ㆍ민도리양식- 공포가 없는 양식을 말한다.
 

▲ 제주목관아의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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