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중동 아랍권의 기독교인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자국을 떠나 타지에서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에 따르면 2003년 미국이 침공하기 전 이라크의 기독교인은 14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정권이 무너진 지 10년이 지난 지금은 기독교인 수가 50만 명 미만으로 급감했다. 독재정권에서도 자리를 지켜오던 기독교가 민주화 과도기를 거치며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아랍의 봄’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독재자의 축출이 이어지자 반면 종파·정파·인종 간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독교를 향한 무슬림들의 반발도 거세졌다. 무슬림이 종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라크는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간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기독교인에게도 그 여파가 뒤따랐다. 2010년에는 바그다드의 한 교회가 자살폭탄 공격을 당해 2명의 성직자와 60여 명의 기독교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 이후 이라크 내에 서는 비교적 기독교에 관대한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으로 피난해 가는 기독교인들의 엑소더스 행렬이 가속화 됐다. 하지만 이도 얼마가지 못했다. 간신히 종교의 자유를 찾았지만 떠돌이가 됐기에 생활은 열악했고, 일자리도 찾기 어려웠다.

지난해 12월에는 월 쿠르드 수도 에르빌의 한 주류점이 방화공격과 약탈을 당했다. 이 상점은 기독교인이 운영하는 것이었다. 목숨의 위협을 벗어나고자 이라크를 떠나 터키·요르단·유럽 등으로 피신하는 기독교인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 연례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엑소더스가 ‘이라크 내에서 기독교의 종말’이라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웃 국가인 시리아에서도 기독교인들이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절대 다수인 수니파(74%)를 통치하기 위해 소수 시아파에서도 분파 알라위트(11%) 출신인 바샤르 알사이드 대통령이 현재 강압 통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사이드 대통령은 기독교에 대해서는 보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독교인들은 그가 무너지면 시리아에서도 이라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현재 좌불안석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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