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제19대 총선을 위한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 공천은 여야를 막론하고 그 어느 때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천이었다. 공천에 있어서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후보자의 도덕성, 당선가능성, 당내기여도, 정체성 등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천을 본다면 여야 모두 어떤 기준에 의한 공천이라기보다는 공심위의 입맛대로 공천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특히 직업군으로 보자면 법조인 출신들이 새누리당 16.5%(32명), 민주통합당 16.7%(36명)로서 법무법인 새누리나 법무법인 민주통합으로 불러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 나라의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에 대한 검증은 매우 중요하며, 그 자질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학벌이나 직업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원화된 사회에서 특정 직업군이 인구비례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선거이후 법무법인 새누리와 법무법인 민주통합은 어떤 소를 제기하여 이익을 보려할지 모를 일이지만 서민을 위한다는 정치 어젠더를 외치면서도 서민의 비중이 미약하여 과연 서민을 위한 정치가 실현될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 많은 법조인들이 과연 어떤 상임위에서 일하게 될지도 걱정이다. 전공으로 본다면 법사위가 맞겠지만 전문성이 결여된 다른 상임위에서 과연 국민을 위한 어떤 정책을 펼칠지 말이다. 또한 대부분의 법조인들은 서민처럼 살지 않고 있으며, 서민도 아닌 사람들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말한다는 게 어딘가 잘 맞아 보이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서민경제는 그야말로 죽지 못해 연명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다. MB정권에서의 소통부재와 형님정치, 대기업 중심의 정책으로 말미암아 기성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정점에 달해 있다. 이는 기득권 세력에 대한 저항이요 기성정치권에 대한 배신감이 묻어 있는 것이다. 그동안 MB정권과 여야의 18대 국회의원들이 국민에게 준 메시지는 과연 무엇인가? 희망보다는 절망을, 기쁨보다는 슬픔을 준 것이 18대 국회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필자가 보기에는 여야 모두 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집권여당은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이 있고, 제1야당은 제1야당으로서 책임이 있다. 집권여당은 국민을 살피지 못한 책임이요 제1야당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이 때문에 필자는 이번 공천만큼은 50% 이상의 물갈이론에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작금의 법무법인 새누리와 법무법인 민주통합을 바라보며 제19대 역시 기득권자에 의한 정치시대가 아닐지 심히 걱정스럽다.

지금 공천 재심으로 인한 파장도 그렇다. 새누리당은 공천여론조사에서 하위권 후보자에게 공천을 주는 경우도 다반사고, 민주통합당 역시 모바일 공천이 과연 문제점이 없었는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새누리당은 이번 공천에서 비싼 돈을 들여 공천 여론조사는 왜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3등한 후보자를 공천했다면 3등한 후보자에게 어떤 강점이 있어서 공천한 것인가? 도덕성인가 당내기여도인가 아니면 특정 계보의 지분 때문인가? 공천 여론조사에서 하위권이었던 후보자에게 도덕적 결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천한 경우마저 있었는데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러고도 입맛대로 공천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필자가 알기로도 MBC에서 보도된 후보자의 과거 음주운전 파문으로 도덕성이 문제된 후보자마저 공천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성 비하 논란’으로 석호익 후보 등 공천 취소에 무게가 실린 것도 언론 때문인 것이지 공심위가 과연 자발적으로 했겠느냐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은 새누리당의 문제만은 아니다. 민주통합당 역시 곳곳에서 이와 비슷한 재심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 경선을 천명했지만 과연 모바일 경선에 의해 공천이 확정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는지 말이다. 물론 필자의 눈에는 경선에는 사실상 조직선거의 망령이 묻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공천여론조사에서의 하위권 후보가 공천을 받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법무법인 새누리와 법무법인 민주통합은 과연 이번 공천에서 국민에게 얼마나 신뢰받는 제19대 국회를 구성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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