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민속박물관 천진기 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추위가 가시지 않은 새해 벽두부터 천진기 관장을 만나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했다. 관장을 만나면 근본적인 질문인 ‘민속은 무엇인가’와 그가 말하는 ‘융합’ 등 다양한 것을 물어보고 싶었다. 정초이기 때문에 바쁘다는 것을 전제하에 짤막하게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융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문화와 기술의 융합, 교육과 오락의 융합, 세계문화와 지역문화의 융합 등을 이야기한다. 융합에 대한 생각을 알고 싶다.

조선의 풍속화가 신윤복의 그림 ‘월하정인’ 속의 두 남녀가 만나고 있는 시각은 1798년 8월 21일 밤 11시 50분경으로 보인다. 단서는 그림 속의 부분월식이 일어난 달 모양과 야삼경(夜三更)이라는 글을 그림에서 찾았다. 그림과 천문학의 만남에서 얻은 답이다. 지금까지는 각 학문이 따로 놀았지만 21세기는 여러 학문이 만나고 함께 넓게 파야 진리를 탐구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인생사도 마찬가지다. 분절보다 통합이현 명하다.

융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예를 들어 박물관 설명문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박물관 전시 설명은 명칭, 출토지, 기능, 시대 등 천편일률적인 단어와 형식으로 이뤄졌다. 개인적으로 문화재와 문학(특히 시)을 결합한 설명문을 만들고 싶다. 이른바 요즘 말하는 융·복합이다. 문화재와 시의 만남은 관람객에게 또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본다. 고고역사미술박물관엘 가면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전시 설명문이 있다.

일반적으로 ‘민속’을 과거로만 생각한다. 사실 민속은 과거 선조의 생활과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순간의 모든 것을 말하지 않나. 민속의 정의를 말해 달라.

고고, 역사, 미술과 달리 민속은 현재로부터 가까운 과거 이야기를 다룬다. 고고, 역사, 미술은 먼 이야기이지 않은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대형 태극기가 우리 박물관에 전시된 게 그예다. 시간상으로는 이렇다. 지역적으로는 농촌지역에서 벗어나서 도시지역, 도시지역 중에서도 다문화지역으로 조사하고 있다. 더 나아가 비교민속을 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면서 우리의 독창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 중국, 베트남 등 우리와 이웃해 있는 국가의 혼례문화를 조사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자랑을 해 달라.

지금 전시하고 있는 ‘샤먼전’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기획전을 준비하기 위해 시베리아에서 3년, 네팔에서 2년간 조사한 끝에 이뤄진 전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장기적으로 조사한다. 그리고 관람객 수가 많은 것도 또 다른 자랑거리다. 지난해 내·외국인 관람객이 약 235만 명이 방문했다. 이 가운데 126만 명이 외국인이다. 그만큼 사람이 많이 찾는다. 혹자는 경복궁을 통해 들렀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유입량은 적다. 오로지 국립민속박물관을 찾는 이들이 더 많다. 그만큼 관람객과 소통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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