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비경 열어보는 열쇠’ 울산 울주 대곡천 암각화군, 세계문화유산 등재 바라보다-②
‘태고의 비경 열어보는 열쇠’ 울산 울주 대곡천 암각화군, 세계문화유산 등재 바라보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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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구대암각화는 크게 4개의 유형으로 구분되며 이들 유형 간의 중첩관계를 볼 때 오랜 기간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주로 얕은 점 쪼기로 고래사냥 장면이 표현돼 있다. 두 번째 단계는 면 쪼기로 표현된 고래와 사슴 그림이 많으며, 세 번째 단계는 선 쪼기와 갈기 수법으로 호랑이와 표범과 같은 맹수류가, 네 번째 단계는 큰 고래와 멧돼지가 표현돼 있다. 이와 같은 유형에 따라 그림의 내용이 변화되는 것은 서로 다른 시기의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음을 의미함. ⓒ천지일보(뉴스천지)

진정한 한민족의 뿌리를 찾아라

[글마루=신정미 기자] 2008년 7월 11일자 KBS 방송(부산방송총국, 울산방송국) 내용을 짚어보면 세계 학계가 반구대 암각화에 주목하며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서양 사학계에 작살로 고래를 잡거나 배로 포획한 고래를 끌고 가는 장면 등 명백한 포경 증거가 반구대 암각화에 기록돼 있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영국 BBC 등이 이를 확인 보도하면서 선사시대에는 기술 수준이 낮아 적극적 포경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서양 학계의 기존 통념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세계 포경사 첫 장을 반구대 암각화가 새롭게 연 셈이다. 다니엘 호비노 국립파리자연사박물관 교수는 “고래 그림이 새겨진 몇몇 노르웨이 유적이 있긴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는 초기의 고래 사냥을 표현한 세계 최초의 그림”이라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세계 생물학계도 암각화에 그려진 60여 점의 고래가 현대 생물학에서 적으로 정리한 고래 종 분류와 정확하게 일치된다는 사실에 그 가치성을 발견하고 놀라고 있다.

또한 암각화가 새겨진 반구대 주변의 독특한 지형 구조도 학계의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음향 실험결과 반구대 주변의 소리 전달 효과가 첨단 음향장비가 갖춰진 콘서트홀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반구대 암각화 주변이 세계 최초로 화려한 포경 문화를 꽃피운 한반도 선사인들의 종교 행사장으로 사용됐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이 암각화의 또 다른 시사점은 무엇일까.

이상목 울산암각화박물관장은 “우리는 여전히 우리 민족의 뿌리를 농경이나 기마민족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한민족의 뿌리를 고조선이나 알타이 청동기문화의 한 갈래인 ‘타가르-스키타이-오르도스’로 지칭되는 북방 초원의 청동기문화를 기원으로 보는 연구자들이 많다” 고 언급했다.

이어 “그러나 이 땅에는 국가가 출현하기 이전이나 농경민이나 기마민보다 훨씬 오래 전 오랜기간 수렵어로민이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며 “민족 형성이란 큰 틀에서 보면 원사시대는 줄기에 해당하고, 초기 국가는 가지에 매달린 열매라고 할 수 있다. 인식의 지평을 좀 더 넓혀볼 필요가 있는데 ‘반구대 암각화는 진정한 민족의 뿌리를 찾는 열쇠’라
고 할 수 있다” 고 밝혔다.

한국 대표 유적을 넘어 세계 대표 유적을 꿈꾸다

대곡천 암각화군의 핵심인 반구대 암각화로부터 대곡천 상류 1.5㎞ 지점에는 천전리 각석이 있고, 두 암각화 사이로 굽이치는 물길과 산세는 절경으로 꼽힌다. 대곡천 상류 지역은 선사시대 암각화뿐만 아니라 자연사 자원과 신라시대와 조선시대의 문화재가 밀집한 곳이다.

그리고 오랜 기간 독특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형성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의 흔적이 잘 보존된 지역이다.

신라시대 화랑들이 명산대천을 찾아다니면서 호연지기를 기르고 심신을 단련하던 때, 이곳에서 훈련하고 야영생활을 했다. 또 고려 말 포은 정몽주, 조선 초기 회재 이언적, 한강 정구 등 삼현이 이곳에서 명시를 남기고 백성을 가르쳤다.

정몽주가 언양에 유배됐을 때 천혜의 절경을 즐기며 귀양살이의 괴로움을 달랬다 해서 포은대(圃隱臺)라고 불린다. 반구대 아래의 소구인 포은대에는 이 삼현의 행적을 기록한 반고서원 유허비와 포은대 영모비가 세워져 있고 또 맞은편에는 중건한 반구서원이 있다.

그리고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이 이곳에서 그린 산수화 ‘반구’가 최근 발견돼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곡천 일대는 수많은 자생식물 270여 종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걸어야 할 여정

대곡천 암각화군은 2006년 문화재청 주관으로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 조사를 완료하고, 2009년 12월 문화재청 직권으로 등재 신청한 후, 2010년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됐다.

이 유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제도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건인 ‘세계유산의 유형에 부합하는 기념물’, ‘탁월하고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 ‘진정성(authenticity)’과 완전성(integrity)을 갖춘 문화유산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11번째 세계유산 등재 준비에 들어가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에 대해 십년 가까이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서로 입장이 달라 협의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연댐 상류에 위치한 반구대 암각화는 현재 물속에 잠겨있는 상태로 매년 물에 잠기면서 급속하게 훼손돼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방안에 대해 울산시 문화예술과 최평환 주무관은 “문화재청은 ‘사연댐 수위조절안’을 주장하고 있고, 울산시는 ‘터널형 물길 변경안’을 주장하는 등 의견이 상이하므로 계속협의해서 바람직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암각화가 사연댐으로 인해 연중 물속에 잠겼다 나왔다 하는 ‘침수와 노출’의 반복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을 통해서만이 세계유산 등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시는 대곡천 암각화군의 보호를 위해 금년 중으로 반구대 암각화 및 천전리 각석 일원에 영상보안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며,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종합정비계획에는 암각화 가치 재조명, 보호지역 재획정, 지속 가능한 관광자원화 계획 등이 포함될 것이다.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하루 빨리 문화유산 보존의 기본대책을 수립해서 반구대 암각화군이 향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일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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