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택 스님과 성철 스님(사진제공: 김영사)

깨달음을 향한 구도의 길

[글마루=김명화 기자]  “깨달음을 얻기 위한 정진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라”고 큰스님은 항상 말씀하셨지요. 이어 원택스님은 성철 스님의 주요 사상인 ‘돈오돈수(頓悟頓修)’에 관해 설명했다. ‘돈오’는 단박에 깨닫는다는 말이고 ‘돈수’는 단박에 닦는다는 뜻. 즉,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은 곧바로 깨우쳐야 제대로 된 깨달음에 다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반대로 한 계단 한 계단씩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수행은 제대로 행하는 깨달음의 길이 아니라고 성철스님은 설명했다.

“성철스님은 화두를 들고 참선에 전념해 한꺼번에 깨달음을 얻으면 더 이상의 닦음은 무의미하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결국 깨달음을 얻기 위한 정진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라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원택스님은 1947년 한국불교를 바로 세우기 위해 개혁을 펼쳤던 성철스님의 봉암사 혁신운동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당시 한국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벗어나 세속적인 모습으로 변해있는 상황. 이러한 모습을 보다 못한 성철스님은 한국불교 개혁을 위해 뜻이 맞는 스님들을 봉암사로 모아 공주규약을 하고 한국불교 정화운동에 나섰다.

“부처님 법대로만 살아보자고 성철스님이 말씀하시자 우봉·보문·자운·향곡·월산스님을 비롯한 많은 스님들이 그 뜻에 동의하며 결의를 다졌지요. 스님들은 복장부터 바꿨어요. 입고 있던 비단 가사를 벗고 불교의 가르침에 맞게 괴색 옷을 입었습니다. 또 탁발·동냥하여 검소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자주적으로 절 살림을 꾸려갔어요.”

원택스님은 그 당시 성철스님이 엄격한 규율과 수행을 하도록 스님들을 이끌었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불교계에 큰 어른들이 계실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부처님 가르침은‘중도’

“예수교는 성경, 유교는 사서삼경, 회교는 코란이면 됩니다. 그런데 불교는 통칭 팔만대장경이라 하니 너무 많아 공부하기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성철스님은 불교 경전이 복잡하고 어려워서 머리 깎은 스님이나 부처를 믿는 신도들이 부처님 말씀을 너무 모른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고 원택스님은 말했다. 성철스님은 “부처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불교가 뭘 가르치는 건지 모르고 무슨 발전이 있겠나”며 그동안 자신이 공부한 내용들을 압축해서 우선 급한 대로 꼭 알아야 할 것들만 골라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그 결과물이 ‘백일법문’. 설법의 중심 교리는 첫째, 부처님의 윤회설은 방편이 아니고 정설이다. 둘째, 불교는 과학적인 종교다. 셋째,부처님의 가르침은 중도에 있다. 백일법문은 동서고금을 오가는 해박한 지식과 적절한 비유가 있어 늘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고 원택스님은 말했다.

“노자와 장자, 공자와 맹자, 그리고 이들 동양 사상을 설명한 석학들의 얘기에서부터 서양 물리학과 수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일관성이 있는 인용을 담고 있어요. 이런 인용들이 전부 불교 경전의 가르침과 적절히 연결돼 궁극적으로는 불교적으로 해석이 되지요. 35년이 지난 지금 성철스님의 법문을 들어도 전혀 진부하지 않고 늘 새로워요.”

성철스님의 지적 편력은 유명해 동서고금을 막론해 다양한 서적을 탐독했다고 한다. <철학사전> <논리학통론> <동서사조강화>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신구약성경> <철학체계> <유물론> <자본론> 등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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