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운 자태를 뽐내는 동백 (여수시청 제공)

남도 동백꽃 명소 ‘ 여수 오동도’ ‘강진 백련사’


봄꽃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춥고 시린 겨울을 이겨내고 활짝 피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3~4월은 전국적으로 봄꽃이 개화하는 시기다. 봄꽃 중에서도 가장 먼저 자태를 뽐내는 꽃은 단연 ‘동백꽃’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겨우내 웅크렸던 몸과 마음의 기지개를 활짝 켜고 봄의 전령사 동백꽃이 가장 먼저 핀다는 전라남도로 떠나보자.

◆바다의 꽃섬‘ 오동도’
오동도 동백꽃은 아직 개화 전이다. 기다림을 참지못해 이미 꽃망울을 터트린 한두 개는 빼고 말이다. 오동도 전체를 빨갛게 물들일 준비가 됐다는 듯 곳곳에 살며시 얼굴을 내민 동백꽃의 모습이 마치 익살스럽게 장난치는 어린아이 같다.

3월 중순에서 4월 초순이 되면 섬 전체에 동백꽃이 만개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동백꽃을 보기 위해 봄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강원도에서 오랜만에 오동도를 찾은 박향순(66, 여,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씨는 “동백꽃이 보고 싶어서 멀리에서 왔는데 아직 많이 피지 않아 아쉽다”며 “곳곳에 한두 개 핀 동백꽃이 봄을 알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기천(69, 남, 전라남도 나주시) 씨는 “아직 동백꽃이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살짝 모습을 드러낸 꽃망울을 보니 반갑다”며 “3월 말쯤 동백꽃이 만개할 때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동백나무는 여름 내내 영양을 축적했다가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꽃이 피는데 제주도를 시작으로 남해안을 거쳐 동‧서해안으로 번져간다. 특히 남부지방 해안이나 섬 지역에 동백나무가 많다.

오동도에는 이 섬의 명물인 동백나무와 이대를 비롯해 참식나무, 후박나무, 팽나무, 쥐똥나무 등 193종의 희귀 수목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동백섬’ ‘바다의꽃섬’이라 불린다.

이정석 오동도 관리사무소 팀장은 “오동도 동백 숲에는 총 3000그루의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며 “개화시기인 3월 중순에서 4월 초에는 오동도 동백꽃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오동도를 찾는다”고 말했다.

오동도에서는 동백꽃으로 만든 특별한 별미를 맛볼 수 있다. 특히 동백꽃차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동백꽃 사탕과 동백꽃 젤리 등도 있다. 이들 제품은 여수 오동도 등대 앞에 있는 ‘동박새꿈정원’에서 판매하고 있다.

‘동박새꿈정원’ 주인 신미주(46, 여, 전라남도 여수시 수정동) 씨는 어머니의 가업을 이어 동백꽃차를 판매하고 있다. 어머니 때로부터 따지면 영업한 지 40여년이 됐다.

신 씨는 “여수 특산물인 동백꽃으로 만든 제품 중에서 동백꽃차가 가장 많이 팔린다”며 “동백기름으로 만든 천연비누도 피부에 아주 좋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동백꽃 개화가 좀 늦은 듯하지만 3월 중에는 필 것 같다”며 “지금도 주말이면 손님들이 가장 많은데 동백꽃이 만개하면 많은 관광객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백꽃차는 피를 맑게 하고 타박상이나 멍든 곳을 풀어주며 자양강장, 지혈, 화상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 오동도 등대 앞 ‘동박새꿈정원’에서는 동백꽃으로 만든 차, 사탕, 젤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여수시청 제공)

◆천연기념물 ‘백련사 동백림’
전남 강진군 백련사는 입구에서부터 동백꽃이 관광객을 반긴다. 백련사 동백림은 5.2ha 면적에 7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돼 있으며 동백나무와 함께 비자나무와 후박나무 등이 함께 자생하고 있다.

3~4월경 붉은 동백꽃이 만개한 후 바닥에 한꺼번에 떨어지는 풍경이 마치 빨간 양탄자를 펴놓은 듯 장관을 이룬다.

김인진 강진군청 문화관광팀 학예연구사는 “백련사 동백림은 동백꽃이 나무에 피어있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낙화한 모습이 더 아름답고 감동적”이라며 “관광객들이 낙화시기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련사는 본래 만덕산이란 산 이름을 따서 만덕사라 했다. 이 사찰의 대웅전은 도 지정 유형문화재 제136호로 지정돼 있고 1681년(숙종 7년)에 세워진 백련사 사적비가 국가 지정 보물 제1396호로 지정돼 있다. 백련사는 신라 말에 창건됐다고 전해진다.

백련사 주변에는 유명한 명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국가 지정 사적 제107호인 다산초당, 동암, 서암, 천일각 등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 유배 기간 중 10년동안 생활했던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60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백련사에서 낮은 산길을 따라 800m 정도 넘어가면 다산이 실학을 집대성한 유배지 ‘다산초당’이 나온다.

다산초당은 원래 목조 초가였으나 1936년 노후로 인해 붕괴돼 없어졌던 것을 1957년 강진 다산유적보존회에서 중건했다. 현판에 판각된 ‘다산초당’이란 글씨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친필을 모각한 것.

다산초당 서쪽 아래에는 ‘서암’이 있다. 이곳은 다산의 제자들이 지내던 곳으로 차와 벗하며 밤늦도록 학문을 탐구했다는 의미로 일명 ‘다성각’이라고도 부르는데 1975년 복원했다.

다산이 거처했던 곳 동쪽에는 ‘동암’이라고 하는 건물이 있는데 일명 ‘송풍암’이라고도 한다. 1976년 복원된 이곳의 ‘다산동암’이라는 현판은 다산의 친필을모각한 것이다.

동암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강진만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정자인 ‘천일각’이 있다. 이 천일각은 ‘하늘 끝 한 모퉁이’라는 뜻으로 ‘천애일각’의 준말이다. 이곳에서 다산은 흑산도로 유배를 간 형 정약전을 그리워하고 나라를 걱정하며 먼 바다를 바라다보곤 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다산초당에서 백련사까지 이어진 오솔길은 다산이 백련사의 명승 혜장선사를 만나기 위해 오가던 사색의 길로 유명하다. 길이는 800m이며 도보로 20분정도 소요된다. 다산 오솔길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의 하나로 삼남 대로를 따라가는 정약용의 남도유배길(55㎞)의 일부 구간이기도 하다.

길 주변에는 동백나무와 차나무가 어우러져 있어 경관이 아름답고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걷기 코스로 제격이다.

김인진 학예연구사는 “백련사 동백림은 고려 시대 지어진 사찰 앞에 큰 동백꽃 군락지가 있고 다산초당까지 이어지는 오솔길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주변에 있는 다산 정약용 선생과 관련된 문화유적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 고려시대 지어진 사찰인 강진 백련사 (강진군청 제공)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