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 택견꾼 스테피가 칼잽이 오금잽이 기술을 걸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택견에 반해 2년 전 무작정 한국 찾아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택견은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무예였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국민들에게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무예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인기다. 저마다 택견을 배우려는 열풍이 불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스테피(Steffi Strysak, 22, 독일)의 택견사랑은 남다르다.

어렸을 적 9년간 일본의 가라데를 연마했던 스테피는 2년 전 학교(독일)에서 우연히 택견을 본 뒤로 매료돼 이를 배우러 본고장인 한국까지 무작정 날아왔다.

가이드도 없이 한국말도 인사말 정도밖에 모르는 상황에서 오로지 택견을 배우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서울 한복판 인사동에 위치한 결련택견협회를 찾아왔을 정도로 막무가내이면서도 열성은 대단했다. 그는 어렵게 찾은 만큼 열심히 배웠고, 12주 동안 배운 뒤 독일로 다시 돌아갔다. 그러나 한국이 매우 그리워서 교환학생으로 경기대에 입학해 현재까지 택견을 배우고 있다.

그는 “가라데는 상대에게 강해 보이지만 은근히 약하다. 반대로 택견은 약해 보이지만 상대에게 맞으면 훨씬 아프다”고 재밌게 비교했다.

이어 “택견은 기술도 재밌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으니 평생 동안 하고 싶다”며 택견에 대한 무한 사랑을 자랑했다. 특히 스테피는 작년 10월에 치러진 2011본때뵈기 대회에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택견 실력도 많이 늘었다. 물론 외국인이란 점에서 특혜가 살짝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택견 기술들을 제법 멋들어지게 해내 얻은 결과다.

또한 그는 이제는 대화가 가능할 만큼 한국어도 아주 익숙하다. 2년 전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거의 못했던 거에 비하면 택견 실력만큼 한국어 실력도 장족의 발전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한국어는 높임말이 어렵다”며 “열심히 배워서 번역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장래희망도 밝혔다.

무술을 잘해서 고수가 되겠다는 야무진 생각도 해봤지만, 이는 어려울 것 같아 일찌감치 포기하고 개인 수련 자체로서 즐기기로 했다는 것. 더불어 그는 한국문화에도 매우 관심이 많다. “택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문화를 알아야 할 것 같아서….”라는 게 이유다. 그래서 사물놀이를 특히 좋아하고, 순두부찌개와 비빔냉면 등의 매운 한국음식도 즐겨 먹게 됐다.

또 스테피는 한국어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도 배워서 동양문화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어릴 적부터 가라데를 배워 일본 문화에도 다소 익숙한 그다. 피는 독일인이지만, 동양인이나 다름없다. “무술은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 내 생활이다. 무술을 연습할 수 없으면 안 된다”며 무예를 배워볼 것을 적극 권장했다.

그러나 그는 이달 31일까지만 비자가 돼 있어서 독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그는 “될 수 있으면 한국에 있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슬프다”며 “학비도 비싼 편이라 교환학생으로도 계속 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스테피는 어쩔 수 없이 독일로 돌아가더라도 그곳에서 꼭 택견을 전파하겠다고 말해 여전히 택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택견에는 결련택견협회를 비롯해 충주택견전수관, 대한택견연맹 등 3개의 큰 단체가 있다. 스테피는 그 중에서 결련택견협회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미리 동영상을 보고 왔는데 기술이 다른 곳보다 더 자연스럽고 옛날부터 내려왔던 것이랑 가장 가깝다. 다른 단체는 이상하다”고 말했다.

현재 택견을 대표하는 이들 3개 단체는 송덕기 옹의 타계 후 동작들이 각기 달라져 정통성을 두고 논란 중에 있다.

▲ 발차기 연습 중인 스테피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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