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트리아 학술원과 지도지명표기학회는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것이 국제 기준에 합당하다고 결정했다. 레스토랑 가이드로 유명한 미슐랭이 발행한 2012년판 세계지도 동북아시아 부분에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돼 있다. (왼쪽부터, 연합)

4월 IHO 총회서 결론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국제지도에 동해·일본해를 병기 표기하는 논의가 올 4월 국제수로기구(IHO)에서 결정될 예정이어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이 일본해 단독표기 지지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된 이후 미국 한인회 중심으로 미 의회에 동해 병기 주장의 타당성을 촉구하는 등 이와 관련된 시민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추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들은 한인사회의 뜻을 모아 동해 병기 청원운동을 벌여 2만 4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 서명서는 다음 달 IHO로 발송될 예정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미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아태환경소위원회 도널드 위원장의 발언이다. 도널드 위원장은 미 한인회를 만난 자리에서 동해 표기와 관련해 중립적인 입장(동해와 일본해 병기)을 취해야 한다고 공식발언한 바 있다.

IHO는 세계 해도 작성의 기준이 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라는 지도책을 발간하며 5년마다 총회를 개최한다. IHO는 18세기 해양 지도가 부정확해 많은 선박이 좌초되고 1900년대에는 선박 교역이 증가함에 따라 항해 안전을 위한 정확한 해양 지도를 제작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창설됐다.

1929년 ‘해양과 바다의 경계’라는 책자의 초판에 East Sea(동해)가 Japan Sea(일본해)로 표기되면서 세계 주요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잘못 통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1937년(2판), 1953년(3판) 개정판이 출간됐는데 이때에도 일본해 단독표기는 유지됐다. 당시 일제식민지배와 6.25전쟁으로 혼란스러웠던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 동해 표기 문제를 주장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1991년 유엔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1992년 열린 유엔 지명표준화회의와 IHO 총회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이때부터 동해의 공식 영문 명칭으로 ‘East Sea’를 제시하면서 국제적으로 병기 추진을 주장해왔다.

2002년, 2007년 총회에서는 동해 표기를 놓고 남북한과 일본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올해 4월 모나코에서 열리는 IHO 총회에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특히 이번 총회는 4번째 개정판 발간을 앞두고 열리는 총회여서 이번에 동해 병기 표기가 통과되지 않으면 5년을 또 기다려야 한다.

동해 영문 표기 문제 등을 논의해온 IHO 실무그룹은 활동을 종료하고 최근 IHO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논의 경위만 담겨있어 결론은 다음 달 총회에서 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현재 실무그룹 내에서는 상당수 국가가 분쟁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해 병기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도학회 정인청(부산대 지리학과 교수) 회장은 “우리 의견에 콧방귀도 안 뀌던 시절이 있었지만 현재는 국제적인 흐름이 병기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사실 단독 표기는 어느 한쪽 의견을 찬성하게 되지만 외국 입장에서는 누구 편을 들 필요가 없는 병기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이 일본해 단독표기 주장을 굽히지 않아 이번 총회에서 병기 문제를 통과시키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와 함께 단일명칭 원칙을 표방해 일본해 주장에 동의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법 전문가인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는 “그동안 일본이 국제기구 분담금 기여를 해온 점이나 잦은 로비활동, 잘못된 편견 심기(일본해 단독 표기) 등을 해온 터라 상당한 벽이 있다”면서 “이번 총회에서 병기문제가 부결된다면 최소한 유보상태를 만들어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또 “국제사회에서 꾸준히 여론화시키는 한편 일본에 맞선 외교 홍보전략도 필요하다”면서 “넓은 시야에서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내외 독도 지킴이 대학생을 배출해온 독도 아카데미 고창근 위원장도 동해와 독도문제는 장기전이라며 꾸준한 실천운동을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세계지도에 잘못 표기된 독도와 동해 표기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대학들의 시정운동을 제시했다.

그는 “외국의 유명 협력 대학과의 유대관계를 통해 해당 학교 도서관의 일본해 표기를 시정해야 한다”며 “옥스포드에 올바른 동해 표기 자체가 갖는 상징성은 크고 또한 타 대학에서도 이를 따를 수 있는 발판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부터 오스트리아의 각종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될 전망이다. 오스트리아 학술원 이졸데 하우스너 교수는 ‘오스트리아 학교교재 지명표기 권고’ 개정판에 ‘Ostmeer/Japanisches Meer(동해/일본해)’로 병기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바다를 일본해로만 표기토록 해왔으나 지난 15년 동안 관련 국제세미나에 참석하고 많은 자료들을 연구한 결과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것이 국제적 기준에 맞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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