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자연유산 복구 불가”… 정부에 사업 중단·재검토 촉구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종교계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강정마을에서 이뤄지는 ‘구럼비 해안 바위’ 발파작업을 강력히 규탄하며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8일 성명을 통해 “구럼비는 그 경관의 아름다움이나 지형의 희귀성 때문에 국내외에서 높은 보존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정부는 구럼비 발파를 즉각 중단하고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계종 환경위원회는 9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지역사회를 넘어 정부와 국민 간의 신뢰를 붕괴시키고 있다”며 “천혜의 땅, 평화의 섬인 제주도의 소중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어 이해 당사자들만의 갈등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위는 구럼비 바위 발파 즉각 중단, 해군기지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 등을 촉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우리 시대에 이미 생명과 평화,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어버린 구럼비를 발파한 것은 현 정부가 국민의 절규를 무시한 것이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처사”라며 “이러한 국민의 열망을 받아들여 제주도지사는 발파 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책임자까지도 우습게 여기고 발파를 강행하는 것은 우리 권력이 지닌 극도의 오만함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해군과 건설사는 지금이라도 생명의 바위인 구럼비에 대한 발파작업을 즉각 중단하라”면서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숱한 의혹과 문제제기를 숙고해 국민의 합의를 도출하고 그 기반 위에서 국가와 안보의 미래를 계획하고 실행시키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정기회의를 열고 “정부가 각종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발파작업을 폭력적으로 개시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부에 즉각적인 공사 중지를 촉구했다.

정의평화불교연대는 “세계적인 자연유산 구럼비를 파괴한다면 다시는 복구할 수 없다”며 “국민과의 합의 없이 법까지 위반하며 초헌법적 야만을 저지르는 정권의 행태에 우리는 분노를 넘어 절망한다”고 탄식을 쏟아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도 성명을 내고 “강정마을 주민과 제주도민, 종교계 등을 포함한 범국민적 논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며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한편 강정주민들과 종교단체 등 100여 명은 지난 7일 새벽 5시 강정 해군기지사업부지 정문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천주교 문정현 신부는 “구럼비를 폭파하려면 나를 먼저 죽여야 한다”면서 경찰과 대치했다. 이날 구럼비 해안에는 영국의 평화활동가 엔지젤터 씨가 “구럼비를 폭파해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등 국제적 저항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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