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눈치보려면 자리 내놔라"…서울경찰청 사실상 질책

(서울=연합뉴스)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의 기소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건에 연루된 판·검사 3명을 모두 소환해 대질하는 강공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이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에 연루된 판·검사의 진술이 끝까지 엇갈린다면 3명 전부 소환해 대질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9일 밝혔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경찰이 지난해 말 이후 이들 3명의 판·검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소환조사를 한 번도 못하고 모두 서면이나 전화로 조사한 데 대해 수사의 정도가 아니라는 강력한 반성이 있었다"면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관점에서 이들에 대한 소환·대질 방침을 다시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앞서 김 판사에 대한 소환조사 방침을 밝히면서도 김 판사로부터 기소청탁을 받았다는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와 박 검사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았던 최영운 대구지검 김천지청 부장검사에게는 서면질의서로 추가 조사를 갈음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에 임하는 경찰의 자세가 한층 강경해진 것이다.

이와 관련, 조현오 경찰청장은 7일에 이어 8일에도 간부회의 자리에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은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신 없이 타인의 눈치나 볼 것이라면 자리를 내놔라. 그러면 받아주겠다"며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을 우회적으로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이에 따라 수사국장 명의로 전국 수사 경찰에 보내는 서한문에서 수사 개시·진행권을 획득한 데 걸맞은 주체성을 갖고 수사에 임하라는 지침을 보내고 서울경찰청 수사라인에도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박 검사로부터 서면으로 보충 답변을, 최 검사로부터 추가 답변을 받은 이후에도 진술이 배치되면 이들을 소환해 대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소청탁이 있었는지는 김 판사와 박 검사를, 기소청탁이 인수인계 됐는지는 박 검사와 최 검사를 대질할 수밖에 없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피고소인인 김 판사와 달리 참고인 신분인 박 검사와 최 검사는 강제 구인하기 쉽지 않지만 소환을 통보한 후 이들이 불응하는 것과 아예 소환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고 보고 있다.

한편, 박 검사는 지난 2006년 1월 김 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출산휴가를 가느라 사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후임자인 최 검사에게 인수인계했다는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검사는 앞서 제출한 진술서에서 최 검사에게 사건을 넘기면서 메모 형태로 김 판사의 청탁이 있는 사건이라는 점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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