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중요한 절기” vs 개신교 “성경에 기록 없어 마땅치 않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4월 8일 부활절을 앞두고 기독교계가 사순절을 지키고 있다.

지난달 22일 ‘재의 수요일’로 시작된 사순절 기간은 4월 7일까지 이어진다. 같은 기독교이지만 천주교와 개신교 간에는 사순절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

천주교 신자가 83%를 차지해 천주교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필리핀에서는 사순절이 대통령으로부터 특별 휴일로 제정을 받을 정도로 큰 의미를 갖는다. 온 가족과 마을 전체가 다 나와서 미사를 드리고 여러 행사에 참여하는 등 대대적인 의식이 거행된다.

작년에는 사순절 첫날인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을 맞아 4월 9일 필리핀 마닐라의 산토 토마스대학 교정에 학생, 교직원, 성직자 등 2만여 명이 모여 성도미니크 십자가를 만들어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

필리핀 천주교 신도들은 자기 죄를 사함 받고자 여러 형태의 육체적 고행을 하며 사순절 주간을 기념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천주교에서 사순절이 갖는 의미는 제2바티칸 공회의의 결정에 따라 교황 바오로 6세가 1963년 말에 발표한 전례헌장 102항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헌장을 통해 로마교황청은 사순절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신비를 총 망라한 교회력 또는 전례력의 중요한 하나의 계절이라 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니케아 공의회(325년) 제5법령으로 규정된 사순절은 재의 수요일과 성 금요일을 기념하며 사순절 기간 동안 참회의 시간을 갖고, 금식, 금욕 생활을 한다. 이처럼 천주교에서는 사순시기를 중요한 절기로 규정하고 지켜왔다.

반면 개신교에서는 성공회, 루터파 교회에서 교회력 절기로 정해 지키고 있지만 절기로 정해 모든 교단이 엄격하게 지켜오지는 않았다.

개신교는 사순절 기간이 처음으로 언급된 것이 성경이 아닌 니케아 공의회였기 때문에 사순절을 큰 절기로 지키지는 않았던 것이다.

예장 합동 제83회 총회보고서에서는 사순절에 대해 “부활절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사순절을 지키는 것이고, 좋은 절기로 다양한 형식을 갖추고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성경중심의 신앙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브라질 카니발축제를 예로 들며 금식‧금욕 기간인 사순절 전 주간을 축제 기간으로 삼고 행해지는 문란한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절제 없는 행위를 한 후 고해성사만 하면 된다는 식이 돼버린 일부 신도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예장 합동은 이 보고서를 작성하며 ‘사순절의 의미와 기원행사 등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교단 내에서 조사를 실시했고, 대부분 사순절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고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개신교 교회의 절기로 지키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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