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포천시 창수면 오가리에서 축산업을 하는 양병하(57) 씨가 지난달 24일 사육 중인 젖소를 안쓰러운 듯 어루만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당국도 뚜렷한 대처 방안 없어… “인근 농가 전부 방역해야”
7개월째 이어진 소 폐사 전염성 無 치사율 35%
볏짚서 병원체 확인 정부 “보상 어렵다”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경기도 포천지역에서 7개월째 소 폐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경기도청에 따르면 최근에도 매일 1~3마리씩 계속 소가 죽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보튤리눔 감염(보튤리즘)’이라고 추정해 백신을 접종했지만 잇따른 폐사에 축산 농가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방역당국도 난처해하고 있다. 이번 질병과 관련해 방역과 백신 접종밖에는 이렇다 할 대처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에서 보튤리즘이 발생한 것은 지난 1999년이 유일하기 때문에 방역 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효과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가축 괴질의 중점 지역인 포천·연천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20일까지 한우·젖소·염소 등 332마리가 폐사했다.

당국은 ‘보튤리즘’을 폐사 원인으로 추정하고 소가 감염될 수 있는 B형과 C·D 혼합형 백신을 접종했으며 현재 항체 형성 등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보튤리즘에 감염된 소는 무기력한 마비를 겪다가 쓰러져 죽는 증상을 보인다. 치사율은 35~40% 정도며 가축에서 가축으로 옮기는 전염성은 없다.

이처럼 방역 당국이 백신 접종에 나섰지만 소가 계속 폐사하면서 축산 농가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방역 당국의 진단이 ‘오진’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올해 젖소를 키운 지 45년이 된 양병하(57, 남, 경기도 포천시 창수면 오가리) 씨는 “사료, 모기, 기생충 감염, 보튤리즘 등 4번이나 폐사 원인이 바뀌었다”며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70두 수 중 단 5건에서만 보튤리눔 독소증이 확인됐을 뿐인데 보튤리즘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난달 24일 오전에 보튤리즘으로 추정되는 소를 폐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강선우(가명, 남) 씨는 “답답한 것을 떠나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다. 백신이라고 해서 소에게 접종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질병이) 그럴 거 같다고만 이야기했을 뿐 정확하게 이거다 하고 확신을 준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흘러 소들이 다 죽어가고 있는데, 가장 기초적인 방역과 정확하지 않은 백신 접종만 이야기하고 있으니…”라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방역 당국이 보튤리즘이라고 추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역학조사 결과 소뿐만 아니라 볏짚이나 음수통 등에서 보튤리눔 독소와 병원체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외 전문가들이 질병의 발생상황, 임상증상, 병변소견, 병원체 검사결과 및 역학조사 등을 종합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방역 당국은 설명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단순한 백신 접종으로는 즉시 보튤리즘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질병진단과 이오수 과장은 “소가 백신을 접종할 경우 최소 17일이 지나야 면역 항체가 형성되며, 백신을 접종해도 보튤리눔 독소가 몸속에 또다시 들어가면 소가 죽을 수 있다”며 “농가에서 백신 접종 외에 방역조치를 신속하고 꾸준하게 해야 하며,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인근에 있는 농가들도 전부 방역이 필요하며, 소가 먹고 있는 음식도 전부 교체해야 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한편 축산 농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제역 사태 때 120마리의 젖소를 땅에 묻고 지난해 10월에는 보튤리즘으로 키우던 젖소 90마리를 모두 땅에 묻은 채재준(57, 남) 씨는 “난생 처음 보는 병이라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오전에 보상 문제와 관련해 검역관과 통화를 했다”며 “축산 농가가 굉장히 어렵다. 농가들은 소 이야기만 하면 눈물밖에 안 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축산 농가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아줬으면 한다. 지육(枝肉)값만이라도 제발 보상해 주기를 바란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하지만 정부는 보튤리즘이 법정가축전염병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보상이 어렵다고 밝혔다.

포천시청 관계자는 “보튤리즘은 100% 가축전염병이 아니며 살처분 명령으로 가축을 매몰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보상이 어렵다”며 “다만 농가를 돕기 위한 기초자금은 현재 경기도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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