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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지연 기자] 벌써 수년째, 서울 명동거리를 걷다 보면 한국인보다 많은 외국인이 화장품 상점을 가득 메우고 있는 광경에 한류의 인기를 실감하게 된다. 지난해에는 중국 관광단이 대거 입국하면서 면세점‧백화점에서 한국 화장품을 대량으로 구매한 사례들이 ‘큰손 중국인’이라는 제목과 함께 연신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최근 몇 년간 한국 화장품 생산규모 및 수출액은 큰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달 13일 통계청은 지난해 국내에서 구매된 화장품 총액이 외국인관광객들의 소비에 일부분 힘입어 10조 8000억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전년대비 9.6% 늘어난 수치다.

수출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해 2006년 이래 성장률은 해마다 평균 29%에 이르렀다. 특히 2010년에는 전년보다 80%나 급성장하며 76만 1082달러어치를 수출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 높게

현재 한국의 화장품 산업은 전 세계 12위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김원종 보건산업정책국장은 “화장품은 취업유발 효과가 크고 경기에 의한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품목”이라며 화장품 산업이 더욱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화장품은 세계 유명 제품에 비해 기술력과 브랜드파워가 아직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화장품 수입 현황만 살펴봐도 우리나라가 들여오는 제품은 미국, 프랑스, 일본산이 1~3위를 차지하고 있고 수입액은 연평균 10%씩 증가해 2010년에는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7월 발효된 한-EU FTA와 관련, 관세인하를 기회로 유럽 화장품이 국내 시장에 몰려들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정부는 유럽 화장품 업계가 이미 국내 광고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달 15일 발효되는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 화장품의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돼 온 터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화장품 산업에 대한 지원의 폭을 넓히고 연구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한류와 함께 화장품 수출이 급성장하긴 했지만 우리나라 화장품의 총생산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1.4%(2010년 기준)에 불과하다. 세계 시장에서 유명 제품들과 어깨를 견주려면 적극적인 기술력 제고와 브랜딩 노력이 반드시 필요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 2018년 세계 7위로 도약

그러나 현재 국내 화장품시장은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양분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점유율이 높아서 그 외 업체들이 자체적인 연구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또 해외시장은 한국 업체의 진출이 활발한 중국 및 동남아시아시장조차도 로레알, P&G, 유니레버, 시세이도와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가 선점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 제품은 브랜드인지도가 아직 약한 경우가 많고, 주로 중저가의 가두형 브랜드들이 선전 중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고 화장품을 미래형 수출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는 R&D(연구개발) 지원 및 피부특성은행 등 정보구축 확대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우리 화장품의 기술 수준을 선진국 수준 대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2014년부터는 글로벌 수준의 화장품을 출시해 2018년 세계 7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2010년에는 한-EU FTA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 대책으로 2015년까지 7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인프라 구축에 100억을 투자했고 앞으로 연구개발에 600억 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 “한중 FTA는 호기(好機)”

한편 화장품 업계는 중국과의 FTA 체결에 대한 기대가 크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화장품은 기호성이 강한 상품인 만큼 중국 제품이 우리 시장에 들어와도 큰 타격이 우려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중국이라는 매력적인 시장을 FTA를 통해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긍정적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관세보다 비관세 장벽이 높다는 점인데,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은 비관세 장벽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 대표적인 예다. 관세청의 2011년 국가별 수출실적을 보면 대(對)중국 수출은 2010년 3억 2400만 달러보다 크게 감소한 2억 27만 달러(지난달 18일 집계 기준)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코트라 중국사업처 김윤희 과장은 “지난해 중국 위생허가증 발급기관이 바뀌면서 혼선을 빚고 인증발급이 중단됐으며, 하반기에 심사가 재개된 후에도 신규발급 및 갱신에 큰 차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세가 아닌 비관세 요인 때문에 수출실적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국제무역관세사무소의 성남길 관세사도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차원에서 화장품뿐 아니라 식품 등에도 비관세 요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 대기업들은 현지로 원료를 보내 생산‧판매를 함으로써 인증절차로 인한 생산차질을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라 김윤희 과장은 “FTA 협상을 통해 관세뿐 아니라 인증문제와 같은 비관세장벽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화장품 업계가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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