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새누리당의 공천쇄신은 한마디로 눈물겹다. 이명박 정부의 2인자로 불리었던 이재오 의원의 공천 문제를 놓고 비대위와 공천위가 충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원칙대로 가겠다는 비대위, 그러나 전략적 접근도 고민해야 하는 공천위의 충돌은 모양새만 보면 나쁘지만 여론의 이목을 끌어낸다는 점에서는 괜찮은 ‘스토리텔링’의 반전인 셈이다. 게다가 비대위 쇄신파를 상징하는 김종인 비대위원이 공천위를 비판하며 사퇴라는 배수진까지 쳤다. 이런 시점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의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정작 그는 애써 덤덤하다. 의중이란 것은 없다며 시스템이 하는 일에 자신도 어떻게 해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이 팽팽한 긴장감에 세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19대 총선에서의 공천혁명 주도권은 확실히 새누리당이 쥐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직 대표였던 안상수 의원은 경선이라도 하게 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으로 무상한 권력의 뒷모습이다.

민주당은 거꾸로 가고 있다

우리 헌정사에서 집권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김영삼 정부와 노무현 정부, 딱 두 번이다. 얼마나 무능하고 국민의 원성이 높았으면 정권조차 빼앗겼을까 싶다. 김영삼 정부는 IMF 사태라는 결정타가 있었으니 그렇다 치자.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는 무엇 때문인가. 심지어 노무현 정부를 떠받쳤던 집권 열린우리당은 간판마저 내리고 스스로를 폐족이라 자책하지 않았던가. 이쯤 되면 뼈에 사무치는 반성과 쇄신을 해도 얼굴을 들기 어렵다.

그런데 그들이 다시 기세등등하게 부활하고 있다. 한명숙 대표는 아예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이명박 대통령과 세트로 묶어서 공격하고 있다. 난폭, 음주운전 차량의 조수석에 앉아서 모르는 척, 아닌 척 숨지 말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다시 물어보자. 이명박 정부가 난폭, 음주운전을 할 때 제1야당 민주당은 어디 있었는가. 몸을 던져서라도 난폭, 음주운전을 막았어야 했던 쪽은 박근혜가 아니라 제1야당인 민주당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명박 정부의 난폭, 음주운전 차량 뒷자리에 무임승차하고 있었다. 4년 내내 끌려다니면서 난폭 음주운전을 사실상 방조하지 않았던가.

선거정치는 일종의 게임 같아서 상대적인 변수가 크다. 별로 잘한 것 없는 민주당이 잘못한 것 많은 이명박 정부의 반사효과로 지금의 4.11 총선 판세를 주도하고 있다. 여차하면 과반도 노려볼 태세다. 그래서일까. 민주당 공천을 보노라면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스토리도 없고 감동도 없다. 전·현직 국회의원들 너도나도 공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리에 연루돼도, 무능 정치인으로 찍혀도 친노 이력만 있으면 무사통과다. 이래서야 어떻게 공천혁명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게다가 말이 모바일 혁명이지, 돈과 조직이 판치는 각 지역구에서의 선거인단 모집 광경은 여전히 구태의 반복일 뿐이다.

이를 악물고 피를 흘리더라도 공천 물갈이를 하겠다는 새누리당, 반대로 구시대 인물들이 대거 부활한 민주당이 서로 맞붙으면 그래도 민주당이 우세할까. 이번에도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 먹혀들고 정부 여당에 분노한 민심이 민주당 손을 들어 줄까. 천만의 말씀이다. 쇄신에 역행한 민주당, 어쩌면 분노한 민심이 역풍으로 몰아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민심은 언제나 가변적이다. 낡은 것으로 새로운 것을 이기려는 것, 그것은 오만 아니면 오판이다. 민주당의 공천 쇄신은 새누리당의 그것보다 치열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