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현 정권이 받은 점수는 역대 정권 가운데 최하위다. 물론 1년 남짓한 기간 만회하리라 믿으며 기대도 해본다. 실용과 중도와 통합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 또한 기대만큼 크다는 얘기다.

특히 이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민들의 정서에 가장 폐해를 끼친 것이 있다면 뭘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의식과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오게 했다는 것이다. 즉, 가장 정의로운 정부 같아 보이면서도 그 내면엔 가장 부정했고 부패했고 불의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또 숲을 보고 나무를 보지 못한 결과 모든 것은 일방통행이었으며, 편견과 편협과 편향의 극치를 가져왔으며, 매사에 고정관념으로 일관해 옴으로 시대를 역행하는 정치행태를 보여 왔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견해들이다.

이로 인해 화합과 통합으로 하나 된 나라, 하나 된 백성을 만들지 못하고, 분열과 대립으로 얼룩진 양극화의 늪으로 빠져들게 했다는 분석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장로대통령’이란 이름으로 빚어진 종교 간의 갈등이다. 종교 간 갈등은 결국 정치적 파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이유가 됐다.

생각해 보건데 유사이래(有史以來) 3.1운동을 비롯해 역대 정권에 이르기까지 종교는 온 국민을 하나로 묶는 촉매제 역할을 하면 했지, 종교문제로 하나 되지 못하고 반목과 질시 그리고 분열을 초래한 적은 없었다.

결국 국민의 대통령이라기보다 특정종파와 특정계층의 지지를 받고 탄생한 지도자요 정부라는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탄생의 한계를 자초했고, 나아가 종파뿐 아니라 계층 간에도 대결과 대립이라는 망국적(亡國的) 정서를 부추기는 계기가 됐으며, 그 편향적 의식은 현 정권의 트레이드마크로 영원히 남게 됐다.

또 일부 계층은 장로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세력이 되고 권력이 되어 늘 그랬듯이 이들은 종교 내지 종교지도자를 넘어 정치권력에까지 실세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민의(民意)의 장인 국회마저 여야를 막론하고 종교권력 앞에선 하나가 되어 ‘이스라엘 족장’을 세우겠다는 우스꽝스러운 일까지 벌이는가 하면, 심지어 ‘칼빈로(路)’ 즉, 종교의 이름으로 마녀사냥을 서슴지 않았던 살인마의 이름을 도로명으로 하자는 해괴망측한 발상까지 하기에 이르렀으며, 또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일국의 최고 책임자를 기도라는 이름으로 무릎까지 꿇리면서 희열을 느끼는 야비한 종교지도자들의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나아가 이들은 종파우월주의라는 자기신념과 자기모순에 함몰돼, 타 종파와 및 타 교단을 이단시하고 터부시하는 교만적 추태를 부리는 데 너와 내가 따로 없을 정도였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편견과 편협 그리고 편향적 의식은 하나의 유행이 돼 당내 계파 간의 붕당을 초래했고, 급기야 최악의 여당과 최악의 정부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기면서 온통 나라를 파국으로 몰아 왔다.

그야말로 정권말기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극명(克明)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또 있다. 현 정권의 일등공신이었음을 자축하던 그들 즉,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말로(末路)는 또 어떠한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신기할 정도로 현 정권의 말로와 너무도 흡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의 ‘10당 5락’을 둘러싼 금권부정선거 논란에 이어 가히 상상할 수 없는 부패와 타락의 진실이 드러나면서 그 원흉격인 한기총은 해체운동에 직면하게 됐다. 한편 한기총은 신임 한기총 대표회장을 인정하지 않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파행을 거듭하며, 급기야 두 집행부의 출현을 야기시켰고, 23년 한기총의 역사는 두기총으로 두 동강이 나면서 분열을 넘어 사실상 해체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이제 와서 현 정권과 종교권력의 관계를 짚어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오늘의 이 현실이 과연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일까를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먼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민족보다 수많은 연단을 인내로 극복해 온 민족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인내가 요구됐던 이유는 참과 거짓,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갖게 하기 위함이었음을 깨닫자.

이젠 거짓과 악이 판을 치는 타락한 이 시대를 미련 없이 청산하고, 영원히 펼쳐질 새 시대를 향해 힘을 모아야 할 때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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