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책은 현존하는 역사 기록 속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고조선의 실체를 규명하고 있다. 고조선이라는 국가를 설명할 수 있는 자료는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게 현실인데,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저자는 고조선의 역사를 증명할 수 있는 각종 자료를 더듬어가며 현실 세계에 고조선의 모습을 뚜렷하게 그려내고 있다.

책은 특히 ‘동이(東夷)’의 다른 이름 ‘동호(東胡)’에 대해 심층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호’와 ‘동이’는 별개의 민족으로 인식하는데 고조선의 주요 유물·유적과 한반도의 주거시설인 온돌의 기원이 동호 지역인 점, 청동 유물의 분포가 예맥과 동호 지역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점 등을 통해 보면 동호는 곧 고조선임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많은 부분을 할애해 ‘사마천’의 사기를 공격한다. 사마천은 사기에 “조선 왕 만(위만)은 본래 연나라 사람이다. 연나라가 전성기일 때 진번과 조선을 복속하여 관리를 두고 장성과 요새를 쌓았다. 진나라가 연나라를 멸망시켰을 때 요동의 외요(국경 밖의 땅)에 속했다. 한나라가 흥한 후에는 그곳이 멀고 지키기도 어려워 다시 요동의 옛 요새를 수축하고 패수에 이르러 경계를 삼고 연에 속하게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대목에선 고조선이 연의 속국인 듯이 기록돼 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고조선과 연의 갈등이 극심했던 점 ▲연나라 장수가 침입해 고조선이 후퇴한 기록이 분명한 점 ▲진 멸망기에도 고조선이 건재했던 점 ▲만이 고조선으로 ‘망명’한 점 등은 고조선이 절대로 연나라의 속국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밝힌다.

저자는 만이 연나라 사람이라는 것도 의심한다. 사실 그동안 이를 두고 논란이 많았는데, 그가 연나라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증거도 많다. 사기는 만에게 ‘위’라는 중국식 성을 붙이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만은 왕이 된 뒤 국호를 그대로 조선으로 불렀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만의 정체성은 고조선인에 가깝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김운희 지음 / 역사의아침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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