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육지체장애 1급인 정재남 씨가 수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건보 적용 품목 한정적… 대여 가능 수도 부족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장애인의 이동수단인 ‘수전동휠체어’가 건강보험 급여 기준 품목에 포함돼야 한다는 요구는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런가하면 수전동휠체어 대여 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는 시점이다.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선 반드시 ‘수전동휠체어’가 필요하지만 가격이 비싸 구매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요구가 계속되면서 보건복지부는 전동보장구의 원가 및 성능 품질 등 적정성 평가를 거친 제품에 대해 급여대상 및 적정가격을 고시하는 ‘가격고시제’를 2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저가의 품질이 좋지 않은 제품이 고가 제품으로 둔갑해 유통되거나, 판매금액을 부풀려 급여를 신청하는 등의 부당청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제품별 가격은 전동휠체어 120~500만 원, 전동스쿠터 141~252만 원이며, 지원되는 금액은 구매금액과 고시금액 중 낮은 가격의 80%다. 고시금액의 경우 전동휠체어는 209만 원, 전동스쿠터는 167만 원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고시 제정으로 장애인들의 제품구입이 안전하고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품목이 매우 제한적이며 ‘장거리 이동’을 돕는 수전동휠체어는 600만 원 이상임에도 품목에 포함돼 있지 않아 이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근육지체장애 1급인 원상래(42, 남,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 씨는 “근육이 점점 없어지는 근육장애인들은 팔·다리에 힘이 없어서 수전동휠체어가 꼭 있어야 한다”며 “근육장애인은 힘이 없어 바퀴를 돌리지 못하기 때문에 수동휠체어는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동휠체어의 경우 가격이 600만 원 이상이지만,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제품이 아니라 살 엄두가 안 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건강보험 급여 기준 품목으로 작년에 도입하려 했지만 도입이 안 됐다. 품목에 적용되는 허용 절차도 거치지 못했다”고 답했다.

국내 시장에서 대여 가능한 수전동휠체어 수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수전동휠체어는 한벗맞춤보조기기센터(6대)와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1대)에서만 대여할 수 있다. 하지만 휠체어를 빌리려는 장애인들이 많아 거의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고 센터측은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애인들의 외출 횟수가 저조한 것은 당연했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가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을 받아 500여 명을 대상으로 발간한 ‘제2차 근육장애인 지원 정책 수립을 위한 생활실태 및 욕구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외출 정도’는 ‘주1~3회(116명, 34.1%)’가 가장 많았다.

‘1년에 10회 이내(80명, 23.5%)’ ‘거의 매일(73명, 21.5%)’ ‘월 1~3회(57명, 16.8%)’ ‘전혀 외출하지 않음(14명, 4.1%)’이 뒤를 이었다. 연간 10회 이내로 외출하는 근육장애인은 27.6%, 1주일에 채 한 번도 외출하지 못하는 사람이 44.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지체장애 1급인 정재남(53, 남, 노원구 하계동) 씨는 “지인들과 오랜만에 여행을 가기 위해 예약을 하고 수전동휠체어를 빌린 적이 있는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

우리 같은 장애인에게는 꼭 휠체어가 필요하다”면서 “전동휠체어와 수전동휠체어 둘 중 하나를 지원해 주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관계 전문가는 정확한 이용 실태를 조사하고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육주혜 나사렛대학교 교수는 “정보통신 보조기구는 국내에 공급된 양과 사용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실태조사가 되고 있다.

반면 휠체어 같은 보조기기는 정보가 부족하다”며 “수입된 수전동휠체어의 사용정도를 조사하면 장애인들이 쉽게 보조기기를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요가 높은 보조기기를 건강보험 급여 기준 품목에 넣어야 한다”며 “필요한 보조기기의 원활한 대여․보급을 위해 장애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복지센터나 병원 등에도 담당자를 둬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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