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교복시장>
4社 대리점 출고가 인상 문제 “어려움 똑같다” 아우성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이놈의 교복 대리점 빨리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엘리트 교복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철민(가명) 씨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문을 열었다.

최근 본지가 단독 보도한 ‘탈 많은 교복 시장’ 시리즈에 언급된 출고가 인상 및 출고가 사후 공지는 SK네트웍스만의 문제가 아닌 교복 브랜드 4개 업체의 공통된 문제로 드러났다.

각 브랜드 대리점 측에 따르면 4개 브랜드의 유통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으며 출고가 인상 및 사후 공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엘리트 고위 관계자는 출고가 사후공지와 관련해 “원단가격과 대리점의 주문 일정, 교복 디자인 변경 등의 변수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물건이 나와야 정확한 출고가를 알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사후공지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10년 이상 엘리트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 씨는 “교복 출고가를 모른 채 주문한다. 얼만지 알면 주문량을 조절할 텐데 왜 알려주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출고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게 말이나 되냐”고 하소연했다.

브랜드별로 출고가 공지 일정을 확인한 결과 스마트 교복(SK네트웍스)은 물건 출고 후 12월 경, 아이비는 물건 출고 후 10월 경으로 조사됐다. 엘리트는 6월경 대략적인 공지를 하지만 정확한 물건 출고가는 세금계산서를 봐야지만 확인할 수 있다고 각 대리점 측이 밝혔다. 즉 물건을 받기 직전이나 받은 후에 출고가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스마트 서초대리점 이정만 대표는 “나는 5000원인 줄 알고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었는데 주인은 1만 원을 내라는 격”이라며 “본사는 이 같은 출고가 조정을 통해 한 해 실적을 조절하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박 씨는 또 “브랜드 4사 중 엘리트 출고가가 가장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생복 시장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출고가는 계속 높아지니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A 대리점 대표는 “본사가 원단을 대량 주문하기 때문에 시중 가격보다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부분을 투명하게 공개해 출고가를 합당한 수준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B 대리점 대표도 “본사에서 구매한 교복은 100% 대리점 물건이 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재고량은 모두 대리점이 책임져야 한다. 구조가 이렇다 보니 솔직히 본사는 매년 신제품을 판매해 흑자를 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스쿨룩스 본사 관계자는 “올해 원자재 값 상승으로 출고가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 본사에서도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이 출고가를 올린 원인이라고 일관했다.

“‘기업윤리’ 운운하며 대리점 등골 빼 자기 배 채우는 본사”

본사가 주장하는 또 다른 출고가 상승 원인은 해마다 교복에 새롭게 추가되는 기능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본사가 변경하는 세부항목을 ‘보안’이라는 이유로 대리점 측에는 알리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겨났다.

박 씨는 교복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생들의 트렌드에 맞추다보니 중간에 디자인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지만 변경사항을 알려주지도 않고 나중에 출고가를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가 낳은 폐단이 바로 2009년도의 ‘변형교복’이다. 당시 엘리트 본사는 대리점의 작업지시 사인을 받지 않은 채 작업을 했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대리점이 떠안게 된 것이다. 스마트 역시 본사가 대리점과 상의 없이 변형교복을 제작·공급하면서 대리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미 물건을 다 받은 후에는 반품을 할 수 없는 유통구조 때문에 대리점 입장에서는 팔리지 않는 ‘변형교복’의 재고 물량에 대해서도 책임 져야했던 것이다.

이런 불리한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최근 다른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들을 만나기만 하면 “빨리 이 교복점을 그만두고 싶다”는 넋두리만 서로 늘어놓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수자가 없어 그만 두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다. 이미 포화된 시장에서 경쟁이 심해지자 여러 비리들이 생겨났다. 구조상 교복 시장은 본사가 출고가를 결정해 대리점에 내려 보내면 대리점은 이를 기준해 자율적으로 판매가를 결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실상은 대리점이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본사가 출고가를 높였다고 따라서 판매가를 높였다가는 학부모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돼 영업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 2009년 출고가 급등으로 대리점들이 교복 판매가를 인상했다가 학부모와 여론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이로 인해 가격 논란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 ‘공동구매’다. 하지만 공동구매에 있어서도 공정하지 못한 거래가 많다는 게 대리점 측의 주장이다.

박 씨는 일부 학교에서는 공동구매 단계에서 공정한 입찰이 이뤄지지 않고 학교장이 개입해 한 업체를 밀어준다든지, 학교와 대리점 간에 결탁이 이뤄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결국 피해자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학생들이 현재 공동구매 가격보다 싼 가격에도 살 수 있다”며 “하지만 학교가 불투명한 과정을 거쳐 일방적으로 공동구매 업체를 지정해 학생이나 학부모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격이 더 비싸게 결정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정희 학사모 중앙공동대표는 “과거 학교운영위원장으로 있던 당시 학교장이 학교운영위를 거쳐 교복 공동구매 업체를 지정하기로 했던 합의사항을 무시하고, 학교운영위도 모르게 특정업체를 공동구매 업체로 지정해 갈등을 빚은 바 있다”고 밝혀 박 씨의 주장대로 일부 학교의 공동구매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짐작케 했다.

박 씨는 “나도 자녀를 둔 학부모의 입장에서 가격 논란 없이 저렴한 가격에 교복을 팔 수 있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 본사에서는 어려운 시장 여건을 고려해 출고가를 낮추고, 공동구매는 공정한 절차에 의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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