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훈길
씁쓸한 햇살의 나지막한 음성들이
본질을 잃어버린 입술을 괴롭힌다

흩어져버린 오류의 변질들은
소리의 기억조차 보이지 않고

아스팔트를 굴러다니는 조각난 상처들은
치유의 환상 속에서 발버둥친다

머리 위로 보이는 하늘의 외침은
붉은 메아리로 울려 퍼질 뿐이다

창밖으로 슬픔을 내비치는
실체 없는 얼룩들을 씻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새겨진,
남겨질 수 밖에 없는 피멍을
도려낸다

...잠시

나는...

순간을 잊어버린다


-약력-
현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본부 팀장
서정문학 신인작가 공모 시부문 등단
한국서정문학 작가회의 회원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도시건축)
개인도시건축사진전 개최(2011년)

-시평-
이훈길 시인의 작품은 아무나 써내지 못하는 맑고 건강한 창의력이 있다. 또한, 사색을 통해 문학적 감각을 실현하는 자기 방식의 표현이 뛰어나다. <도려낸 순간들>은 ‘순간을 잊어버린다’라는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제시하는 일련의 상황은 계속 진행 중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사회에는 정치, 경제, 복지와 성장 등 어떤 형태이든지 도려내야 할 상처가 많다. 하지만 ‘아스팔트를 굴러다니는 조각난 상처들은/치유의 환상 속에서 발버둥친다’처럼 일상적 정서의 영역에서 현실적 비분을 도려내기란 만만치 않다.

이훈길 시인은 도려내야 할 대상은 흩어져버린 오류이며, 외롭고 쓸쓸한 실체 없는 얼룩이라 말한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잠시/나는.../순간을 잊어버린다’처럼 상처는 꼭 도려내야만 하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게 더 의미가 있음을 암시해 주고 있다. 도려내야 할 상처가 있는 인생이 오히려 치열하고 삶의 편린에 대한 추구가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려내야 할 상처들이 희망과 사랑 그리고 행복이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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