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다산콜센터가 지난 2008년부터 청각장애인을 위해 화상상담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했다. 수화담당자들이 상담업무를 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120다산콜센터 가보니…
542명 직원 근무… 24시간 교대근무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박수정(31) 씨는 서울에서 생활한 지 1년도 채 안 됐다. 그래서 아직 버스를 타는 것이 서툴다. 버스안내표를 봐도 몇 번을 타야할 지 헷갈리기만 하다. 스마트폰으로 버스 노선을 확인하던 중 불현듯 ‘120다산콜센터’가 떠올랐다. 박 씨는 상담원의 안내에 따라 도착지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성을 다하는 120다산콜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서울시 120다산콜센터는 궁금하면 ‘무엇이든지 물어 보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교통·수도·시정일반, 외국인 상담, 수화상담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서울생활의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542명의 직원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직원들은 1인당 하루 100건이 넘는 상담전화를 받고 있으며 센터는 365일 24시간 교대근무로 운영되고 있다.

10일 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에 위치한 다산콜센터를 찾아 직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센터에 들어서자 길게 늘어선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헤드셋을 낀 직원들이 저마다 바쁘게 상담통화를 하고 있었다. 컴퓨터 위에는 각자의 올해 목표를 적은 표어가 붙어있었다. 한 직원의 ‘욱하지 말자’라는 표어가 눈에 들어왔다. 이들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표어였다.

이곳에서 일한 지 1년 반이 된 심명숙(37) 씨는 “장난전화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그러는 분들이 있어서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술 먹고 전화해서 화풀이를 하는 분도 있다”고 털어놨다. 심 씨는 “이제 노하우가 생겨 10분 정도 그냥 듣기만 한다. 상대방이 혼자 떠들다 지쳐서 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이렇게 인내심을 요구하는 상담을 하면서도 업무 외 짬을 내 1주일에 1~2번 정도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주고 있다. ‘홀몸노인 안심콜 서비스’는 매주 1~2회 상담원들이 구청 및 보건소 등과 연계해 홀모 어르신에게 필요한 사항을 전달하고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할머니, 집이세요? 오늘 눈이 많이 오는데 밖에 계시지 마시고 일찍 들어가세요.”

한 할머니에게 전화를 건 심 씨는 가족을 대하듯 걱정을 했다. 심 씨는 “집에 찾아가 말벗도 해드리는데 자주 가지 못해 마음이 좀 그렇다. 석 달에 한 번 정도밖에 못 가지만 그때마다 반겨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그분들은 이야기만 잘 들어줘도 마음에 위안을 받으시는 것 같다. 어르신이라 인생경험이 많으셔서 오히려 제가 인생 상담 도움을 받고 온다”고 말했다. 빠듯한 시간을 쪼개서 하는 일이라 더 보람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센터는 지난 2008년부터 청각장애인을 위해 화상전화기를 이용, 전문수화상담원과 화상상담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마련했다. 수화담당자는 모두 6명이다. 한 사람당 하루에 15건 정도 수화상담을 한다. 일반l인을 대상으로 한 상담에 비하면 적은 숫자이지만 1건에 1시간씩 상담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와 함께 문자 상담도 하고 있다.

“지은이(가명) 어머님이 지은이가 많이 좋아졌다면서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하시네요.”

수화상담사 차은희(33) 씨는 청각장애인을 대신해 택배기사, 교사, 주민센터 담당자 등과 대화를 도와주는 통역역할을 한다.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힘이 부칠 때도 종종 있다.

“(장애인들이) 택배로 물건을 자주 시키는 편이라 아무래도 택배기사랑 통화를 많이 하고 은행업무부터 기초수급, 장애연금 등 여러 가지를 물어보세요.”

차 씨는 수화상담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중간역할을 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카드사, 통신사, 인터넷 등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본인이 아니면 업무를 처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비장애인은 전화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데 장애인들은 번거롭게 직접 대리점을 방문해야 한다”며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민들이 120다산콜센터 상담원의 중간역할을 잘못 이해하다 보니 답답할 때가 잦다고도 했다. 그래도 요즘은 센터가 많이 알려져 인식이 조금은 개선됐다고 한다.

◆시민들 “대체로 편리”
2007년 9월 문을 연 센터는 올해로 6년째 운영되고 있다. 시민 인지도는 매년 증가해 2011년 9월 기준 84.8%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시민들은 얼마나 센터를 알고 있는지 물어본 결과 대부분 센터를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써본 적은 없다고 대답과 상담결과 시원한 답변을 못 들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홍성희(80, 남, 용산구 서계동) 씨는 “수도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서 전화를 했더니 친절하게 알려줬다”며 “바로 대답을 들을 수 있으니깐 편리하다”고 말했다.

성진숙(65, 여, 서대문구 홍은동) 씨도 “알고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사용해보진 않았다. 교통이나 생활하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알려준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란(40, 여, 용산구 서계동) 씨는 “여권을 만들기 위해 전화했더니 엉뚱하게 가르쳐 준 적이 있다”면서 “아무래도 전반적인 상담을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 같다. 상담 분야를 좀 더 세분화해서 담당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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