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광주세계광엑스포는 광주를 40여 일간 빛으로 수놓았다. (광주광역시 제공)

빛을 소재로 해마다 축제

대전은 ‘한밭’, 인천은 ‘제물포’, 경주는 ‘서라벌’처럼 한자식 지명을 아름다운 순우리말로 부르면 더 정감이 가고 친숙하다. 사회가 급변하고 일본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많은 지명이 한자식으로 바뀌어갔다.

일각에서는 한자식 지명을 순우리말로 바꾸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전라남도 광주광역시에 가면 가장 많이 보거나 듣게 되는 단어가 바로 ‘빛고을’이란 지명이다.

◆“빛고을은 광주를 상징하는 단어”
‘빛고을’이라는 지명은 광주시민에게 친숙한 단어다. 그래서일까. 광주시에는 ‘빛고을’이 들어가는 간판을 내건 상점 또한 눈에 많이 띈다.

빛고을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임미진(36, 여) 씨는 “빛고을이라는 지명은 광주사람들이 많이 쓰고 있어 정겹게 다가온다”며 “광주 시민에게는 친숙하고 광주를 상징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빛고을은 광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라고 강조했다.

개업한 지 두 달 됐다는 빛고을전통식당 김영주(50, 남) 씨는 “빛고을이라는 말처럼 빛이 나도록 장사가 잘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식당이름을 빛고을로 정했다”며 “개업한 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빛고을이라고 지어서 그런지 장사가 잘되는 것 가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때는 광주시민이 ‘빛고을’이라는 명칭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할 뻔한 일도 있었다. 2010년 윤모(34, 서울) 씨가 ‘빛고을’을 서비스 상표로 등록해 상표권 권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특허심판원에 ‘빛고을 서비스표 등록 무효심판’에 관한 무효 심판을 제기해 승소했다.

당시 특허 심판원은 심결문을 통해 “빛고을은 광주를 지칭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되는 용어로서 그 현저성과 주지성 때문에 특정인에게 독점사용권을 부여하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심결했다.

심결문에 대해 광주시는 “그동안 빛고을 상표를 사용하고 있는 시민의 우려를 해소하고 시가 광주의 상징인 ‘빛고을’을 지켰다는 점에서 심결 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다석 류영모 선생 처음 사용
‘빛고을’이라는 호칭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사람은 기독교 문필가이자 민중운동가인 함석헌(1901~1989) 선생이다. 이는 그의 스승인 다석 류영모(1980~1981)의 영향이 컸다. 한국 기독교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다석 류영모 선생은 가장 처음 광주를 ‘빛고을’이라 칭한 사람이다.

류영모 선생이 광주를 빛고을이라 부르게 된 것은 광주에서 이현필 선생을 본 뒤라고 전해진다. ‘맨발의 성자’라 불리는 이현필 선생은 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 출생으로 일생을 절식하고 맨발로 다니며 예수의 복음을 전했다고 한다.

한국전쟁으로 우리나라에 성한 곳이 하나도 없던 시절 전라남도 광주 역시 전쟁고아와 거지가 많았다. 당시 이현필 선생은 광주에 ‘동광원’이라는 공동체를 세워 고아들과 함께 생활하고 수많은 제자를 길러 냈다.

그의 모습을 보고 류영모 선생은 빛과 생명을 실천한 이현필 선생이 있는 광주를 ‘빛고을’이라 부르기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광주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빛고을이라는 지명은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돼 지금은 광주에서 일반 명사처럼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빛고을 광주시를 상징하는 캐릭터 이름도 빛을 소재로 한 ‘빛돌이’다.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태양의 빛을 기본 소재로 광주의 상징인 예향, 의향, 미향을 형상화했으며 21세기 온누리를 밝혀나갈 광주의 의지를 담고 있다.

광주시 상징 마크도 빛과 생명의 원천인 태양과 인간을 형상화하고 있다. 세계와 미래로 열
린 빛고을 광주의 열망과 진취적 기상을 표현한 것으로 원은 태양을, 자유롭게 뻗어 나가는 경쾌한 곡선은 인간을 의미한다.

◆빛의 도시‘ 광산업’ 발달
광주는 빛고을이라는 지명답게 빛과 관련된 ‘광산업’과 ‘LED 조명’에 많은 발전을 이뤘고 현재도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광주의 광산업은 정부가 시행한 지역 특화 산업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성공한 사업으로 지역을 넘어 국가기간산업으로 우뚝 성장했다.

안길웅 광주시 경제산업국 전략산업과 주임은 “과거 광주가 소비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생산도시로 바뀌었다”며 “그 주축이 된 산업 중 하나가 바로 광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광주가 광산업분야의 불모지와 같았지만 지난해 달성한 매출액은 2조 5000억 원이며 현재 광산업 업체도 360개에 달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광산업과 관련해 광주에서는 ‘빛’을 소재로 한 행사도 매년 열리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까지 10년째 국제광산업전시회를 열어 광산업 도시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광 엑스포의 콘텐츠 가운데 LED분야만을 골라 ‘2012 국제 Light Vision EXPO’를 주제로 지난해보다 규모를 더 확대해 개최할 계획이다.

안 주임은 “올해는 백열등이나 형광등과 비교해 에너지 절감 면에서 효율적인 LED 조명을 특화시켰다”며 “광산업 엑스포를 통해 빛의 도시로서 광주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 ‘빛고을’은 광주를 상징하는 단어다. (광주광역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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