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취미의 세계에서 자신을 위협하는 것은 없지만 삶을 요동치게 만들 무언가를 맞닥뜨리거나 발견하게 해 주는 것도 없다. 가슴이 무너지는 실망도, 정신이 번쩍 나게 하는 환희나 흥분도 없다는 말이다. 무언가를 해냈을 때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성취감과 충실감은 상당한 비용과 위험이 따르는 일 안에 있으며, 거기에는 늘 실의와 절망도 함께한다. 결국 우리는 ‘일’을 통해서만 이런 것들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무라카미 류가 던지는 메시지는 선명하다. “왜 남들 따라가기에 바쁠 뿐 본질을 묻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38가지의 글은 접대·메모·독서·협상 등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고민하는 것들이다. 저자는 자기계발을 외치지 않는다.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열정’이다. 그의 지론은 ‘최고 걸작’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서 선명하게 묻어난다.

“최고 걸작이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예술 작품이나 문학, 기타 창작물과 퍼포먼스에서도 창작자가 작품 활동을 통해 내놓은 일련의 작품, 즉 ‘작품군’을 전제로 할 때에만 가능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달랑 하나의 작품이나 창작물로는 그것이 얼마나 탁월한지, ‘최고’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다. ‘작품군’으로 한데 묶여 평가 받는 작품을 남겨놓은 인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에 따르면 천재라 불리는 사람은 ‘작품군’을 남긴 인물들이다. 최고의 걸작을 남기기 위해서는 우선 다작이 필요하지만, 반드시 ‘체계적이고 중층적’인 작품군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저자는 아예 ‘최고의 걸작’이라는 개념 따위는 없다고 설명한다.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끊임없이 보다 수준 높은 ‘작품군’을 만들어 내는 일이므로 ‘최고의 작품’ 어쩌고 하는 것은 애초에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다는 말이 된다는 것이다. 작가의 통찰력이 빛나는 지점이다.

이처럼 책은 단순한 것들에 철학적인 사유를 접목시키면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무라카미 류 지음 / 부키 펴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